"카드관리 소홀하셨군요..분실 피해액 절반은 회원님이 책임지세요"

이지훈/박종서 2014. 9. 20.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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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농협·삼성·KB국민카드 등 분실·도난 책임 절반 소비자에 전가 '관리소홀' 해석하기 나름..분쟁 속출 민원 강하게 제기땐 조금 더 보상 등 카드사 대응도 주먹구구식 업계 "도덕적 해이 방지위해 불가피"

[ 이지훈/박종서 기자 ] 지난달 축구동호회에 나간 신모씨(42)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축구경기를 마치고 돌아오자 가방에 넣어둔 카드지갑이 사라져 버렸다. 신씨는 즉시 카드사에 분실 신고를 했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학생들은 이미 신씨의 카드로 대형마트에서 40만원을 사용한 뒤였다. 신씨는 카드사에 보상 요청을 했다. 카드사는 피해액 40만원 중 10만원만 보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카드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이 신씨에게 있다는 이유였다.

신씨와 같은 이유로 카드를 분실한 소비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이 카드 도난 및 분실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어서다. 카드사 중 NH농협·삼성카드 등은 도난 및 분실로 인한 피해액의 절반가량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절반은 잃어버린 사람의 책임?

19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상반기 카드 분실 및 도난 사고 보상 현황'에 따르면 NH농협카드는 카드 분실 및 도난으로 인한 피해액 3억900만원 중 47%에 해당하는 1억4800만원을 회원에게 부담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도 분실 및 도난 사고 피해액 3억9200만원 중 46%(1억8400만원)를 회원의 책임으로 돌렸다.

상반기 중 분실 및 도난 사고 피해액의 40% 이상을 카드회원이 내도록 한 카드사는 NH농협·삼성·우리·KB국민 등 4곳이나 됐다. 이어서 롯데카드(35%), 현대카드(30%), 신한카드(27%) 순이었다. 지난해에도 KB국민(49%), NH농협(48%), 우리카드(47%) 등은 카드 분실·도난 사고 피해액의 절반가량을 소비자에게 부담시켰다.

카드사 전체로 보면 올 상반기 카드 분실 및 도난 사고 피해액(37억2000만원) 중 회원이 부담한 돈은 13억3800만원으로 전체의 35.9%를 차지했다. 카드사 부담금액 11억3700만원(30.5%)과 가맹점 등이 부담한 돈 12억4500만원(33.4%)보다 많았다.

◆카드사 멋대로인 '관리소홀' 책임

카드사들이 분실 및 도난 사고 피해액 중 절반가량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것은 회원 약관을 카드사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관에 따르면 분실·도난으로 인한 부정사용 피해가 발생한 경우 회원이 카드 부정 결제일로부터 14일 이내, 분실·도난 시점으로부터 60일 이내에 신고하면 카드사에서 보상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예외조항이다. 예외조항은 회원이 카드에 서명을 하지 않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를 늦게 한 경우, 카드 관리를 소홀히 했을 때 등에 한해 회원에게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중 카드사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관리 소홀'이다. 쉽게 말해 카드를 잘 간수하지 못한 책임이 있으니 부담을 나누자는 논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약관이 카드회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음에도 카드사들이 일부 조항을 확대 해석해 분실 및 도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객관적 기준이 없다 보니 책임 분담을 놓고 카드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분실 및 도난 피해액을 100% 보상해 줄 경우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어 회원 책임을 따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카드로 현금서비스 피해를 입은 경우 소비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것도 논란이다. 현금서비스는 비밀번호를 알아야 받을 수 있는 만큼 카드사가 비밀번호를 유출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은 고스란히 회원이 떠안아야 한다. 지난달 만취한 상태로 택시를 탄 김모씨(51)도 카드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에 당해 500만원의 현금서비스 피해를 입었지만 카드사에서 한푼도 보상받지 못했다. 카드사는 폭력 등 강압에 의해 비밀번호를 누설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절 보상해줄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이지훈/박종서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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