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태도 변화 없이 '정상회담 카드'만 던진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을에 개최되는 국제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길 기대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정식 제안함에 따라 경색 일변도였던 양국관계가 풀리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날 제안은 최근 한국 정부가 대일관계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평소와는 다른 무게감이 느껴진다.
박 대통령도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베 총리가 말한 가을 국제회의란 다음달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등을 말한다.
일본은 특히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일 정상회담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면 다음주 유엔총회에서 한·일 외교장관이 만나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양국관계의 핵심 사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 박 대통령이 이날 "과거사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면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친서를 통해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과 같은 날 도쿄에서 재개된 위안부 문제 4차 한·일 국장급 협의에선 전혀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일본 특유의 이중성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시간에 걸친 이날 협의가 끝난 뒤 정부 대표인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일본 측이 위안부 문제 해법을 제시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답변을 피했다.
당초 한국 정부는 이번 협의를 앞두고 일본 측에 '일본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4차협의 때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협의 결과는 한국 측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일본 측이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거나, 한국이 원하는 수준보다 크게 밑도는 안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관련 과거 보도 취소 사태를 계기로 일본 내에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고노담화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는 강경 여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일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양국이 관계 진전을 위해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요한 변화지만,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결실을 맺을 수 없다"면서 "남은 기간 이 문제에 양측이 얼마나 의견 접근을 이루느냐가 (정상회담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신모 기자·도쿄 | 윤희일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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