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임권택·장진 두 이야기꾼이 만든 '3시간의 영화'

김태규 2014. 9. 1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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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김태규 기자 =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78) 감독과 소문난 감각의 장진(43) 감독이 꾸민 2014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가득했다.

이날 개회식은 두 명의 영화 감독만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개회식 총감독을 맡은 임권택 감독은 아시아의 역사 속에서 인천을 들여다보며 개최지의 정체성에 무게를 입혔다.

유머와 재치로 유명한 장진 감독은 무한한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개회식을 흥미롭게 꾸몄다.

두 감독만의 장점이 적절이 어우러져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개회식이 탄생했다.

'아시아의 미래를 만나다'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개회식에서 두 영화 감독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문화 공연으로 채워진 2부 순서였다.

단순한 문화 공연이 아닌 순서와 순서 사이에 이야기가 관통해 흐르는 한 편의 영화와 다름 없었다.

'먼 옛날 아시아는 하나였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테마는 급기야 인천을 배경으로 한 두 설화 주인공이 서로 사랑을 나눴다는 데까지 이르렀다.

1부에서 '굴렁쇠 소녀'로 등장한 어린이가 하나의 가족이었던 아시아가 현재처럼 나뉘게 된 배경과 미래의 아시아를 찾아 떠나는 여정 속에 모든 내용을 자연스레 녹여냈다.

총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은 그 여정을 표현하면서 두 개의 설화를 차용했다. 삼국시대 백제의 건국 설화에 등장하는 비류 왕자와 효녀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몸을 던졌다가 연꽃으로 환생한 설화가 그것이다.

장 감독의 상상의 나래는 비류 왕자가 효녀 심청과 사랑에 빠진다는 데에서 극에 달했다.

비류 왕자와 심청이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 주고받았던 편지에서 근대 우편제도가 탄생했고, 만남에 대한 간절함이 전화와 철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까지 이끌면서 관중들의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임권택 감독은 "아시안게임은 개최지만의 축제가 아니다. 아시아인들 모두가 하나의 감동으로 즐기고 공감하는 축제"라면서 "인천은 효녀 심청의 이야기가 탄생한 곳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품어 온 인천의 포용력으로 따뜻한 정이 넘치는 개회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45억 아시아인들을 향해 아시아와 더불어 한 가족이 되기를 바라는 대한민국 인천의 메시지를 전했다. 개회식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 그리고 인천의 뜨거운 열정을 느껴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개회식을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이끈 장진 감독은 "아시아인 모두가 한가족처럼 지내던 오래 전의 모습이 우리가 그토록 꿈꾸어 온 미래의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재현해 봤다. 친구처럼 가족처럼 하나가 되는 아시아의 미래를 만나보시기 바란다"고 했다.

두 이야기꾼이 만들어 낸 영화 같은 개회식에 관중들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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