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못 받은 시도교육청 "어린이집 보육료 안 줄 수도"

정지용 2014. 9. 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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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누리과정 지원 거부에 교육청 '예산 편성 보이콧' 강경

시의회가 승인하면 지급 중단 "부모들 반발 탓 쉽지 않을 것"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영유아 누리과정 사업 예산을 한 푼도 배정하지 않은 데 대해 보육비 지원 부담을 떠안게 된 시도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이 파탄 직전에 내몰렸다"며 예산편성을 거부할 뜻을 밝힘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전국 128만 영유아의 보육료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내년 누리과정 예산은 3조9,284억원이며 이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은 2조1,429억원에 이른다. 누리과정은 무상교육의 하나로 3~5세 아동 한 명당 22만원씩 국가가 지급한다. 2012년 누리과정이 처음으로 도입됐을 때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는 어린이집 보육료는 4,452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조1,760억원, 올해 1조6,301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부담했지만 내년부터는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100%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액 부담해야 한다. 때문에 교육감들은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지만 정부는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결국 교육청의 예산편성 보이콧 움직임까지 벌어진 것이다.

시도교육청들은 그동안 늘어나는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4월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3년 시도별 누리과정 예산 편성 내역'에 따르면 당시 17개 시도는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 필요액 2조6,148억 중 7,619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시도교육청은 다른 교육지원 사업 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시도의회에 추가경정예산 요청, 지방채 발행 등으로 부족한 금액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17개 시도교육청이 발행한 뒤 갚지 못한 지방채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하며 올해 1조4,862억원이 추가될 예정이다. 교육부도 이를 감안해 "기획재정부에 누리과정 예산 2조2,000억원을 요구했으나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교육청들이 지방채 1조8,000억원을 발행하면 기재부가 관리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이를 사주는 방식이 제시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이 명예퇴직을 하려 해도 돈이 없어 받아주지 못하고 낡은 학교 환경도 예산 부족으로 개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방교육재정 위기를 자초하면서까지 보육 예산을 교육청이 전부 부담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시의회가 이를 통과시키면 예산안은 확정된다. 당장 이날 서울시의회 김문수 교육위원장은 "내년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예산 등 대통령 공약 사항은 전액 감액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의 갈등이 커지면 보육료 지원에 차질이 생겨 영유아를 둔 가정에 피해가 돌아갈 전망이다.

다만 교육청과 서울시의회도 "아이들을 볼모로 예산안 투쟁을 한다"는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 보육료 지원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교육 관계자는 "혜택을 받아온 부모들이 즉각 반발할 것이 뻔해 시의회가 정치적 부담을 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누리과정 보육료 지급 파행 사태가 오기 전에 정부와 교육청이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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