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일 위해, 500년 원시림 자르겠다는 강원도

입력 2014. 9. 19. 18:39 수정 2014. 9. 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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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배보람 기자]

지난 17일, 가리왕산 벌목이 시작되었다. 어떤 말로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하나. 대체 우리가 지금 무엇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는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500년 원시의 세계가 잘려나가고 있다.

500년 원시의 숲에서는 사람의 길은 희미하다. 대신 온갖 희귀식물과 야생동물을 품었다. 극상림, 녹지자연도 9등급, 생태자연도 1등급. 인간의 단어는 이렇게도 건조하지만 숲에 들어서는 순간, 고작 몇십 년 밖에 살아보지 못한 우리가 숲의 호흡으로 500년을 상상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이 세계를 잘라내야 하는가. 2주의 동계올림픽, 그것도 단 3일의 알파인 스키경기를 위해서 말이다. 그것이 500년 원시림보다 중한가. 이 나라의 정부와 강원도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가.

활강스키경기장, 가리왕산 아니어도 된다

▲ 가리왕산의 나무

한 사람이 품을 수 없는 나무가 가리왕산에는 빼곡하다. 아주 어린 나무에서 500년을 훌쩍 넘은 나무까지, 이 숲에서 나무의 연대기를 볼 수 있다.

ⓒ 박용훈

이렇게 큰 나무는 이식대상에조차 끼지도 못했다. 9월 17일 가리왕산에서 잘려나갔다.

ⓒ 녹색연합

가리왕산의 나무가 잘리고 있다

ⓒ 녹색연합

올림픽과 같은 국제스키경기의 성립 조건을 담은 국제스키연맹(FIS)의 규정에 따르더라도, 평창동계올림픽 활강스키경기장을 꼭 가리왕산에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 '투런(2Run) 규정'을 적용하면 표고차 350m~450m의 경기장에서 두 번에 걸친 완주기록 합산으로 활강경기를 치를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스키장을 활용하면 된다.

또한 국제스키연맹은 '750m 규정'도 허용하고 있어, 표고차 700m인 용평스키장에 50m구조물을 세워 활강경기를 진행하면 된다. 실제로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구조물을 세워 활강경기를 치른 전례가 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가리왕산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다.

강원도내 방문객이 매년 줄어들어 부도 위기에 처한 스키장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알펜시아 리조트 건설로 인한 부채 이자만 매일 1억 원씩 납부하는 처지에, 또 개발을 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래서 이번에는 얼마의 부채를 더 얻을 것인가.

가리왕산은 조선시대부터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었다. 산림청 희귀식물 자생지로,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던 곳이다. 숲의 천이(遷移)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 원시림 위주로 지정되는 녹지자연도 8~9등급 지역이었다. 그런 가리왕산에 평창동계올림픽특별법과, 산림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해제를 통해 개발의 물꼬를 트더니 결국 숲에 톱날을 들이민다.

'환경보호는 올림픽 운동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들 중 하나'라고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에 맞게 가리왕산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일본 나가노는 동계올림픽 개최 1년 전까지 활강경기장 관련 협상을 치열하게 지속했고, 미국 덴버는 올림픽으로 인한 환경훼손 문제로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했다.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유령도시로 전락해가는 러시아 소치는 '올림픽 유치가 지역발전을 이룬다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가리왕산도 지키고 정선군민도 만족하며 경제적 부담감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가리왕산 지키는 방법,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가리왕산에 건설될 예정인 알파인스키장 조감도. 정상부 부근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던 곳이다. 약 50ha의 숲이 베어질 예정이다.

ⓒ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멈추게 해야 한다. 새가 지저귀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가득해야 할 숲에 전기톱 소리가 들리는 것은 옳지 않다. 숲은 숲답게 지켜져야 한다. 우리는 숲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IOC와 한국정부,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경기를 '투런(2Run)', '표고차 750m'규정에 따라 경기를 치르게 하면 된다.

그러면 가리왕산 활강스키장 건설을 위해 잘려나가는 5만8000여 그루의 나무를 지켜낼 수 있다. 100년이 넘은 나무들의 연결을 단절하지 않아도 된다. 그중 단 181그루만 이식해 보호하겠다는 이 황당한 생태계 복원계획을 버리면 된다.

아직 가리왕산에 남아 있는 나무를 지켜야 한다.

ⓒ 박용훈

가리왕산에는 너덜지대가 많고 대규모의 풍혈지역이 존재한다.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식물과 주목, 왕사스레나무, 마가목 등 한국 희귀수목의 분포지이며, 나무의 연령대도 다양해 산림가치가 매우 높다.

많은 곳이 흙과 돌, 바위가 서로 연결되어 뿌리를 지키고 있다. 가리왕산의 나무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숲도 하나의 군집을 이루고 있어 한 지역이 파괴되면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강원도와 정부는 대안을 눈앞에 두고도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환경도 지키고, 혈세도 아낄 수 있는 방안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묻고 싶다.

이를 위해 가리왕산으로 모일 것이다. 9월 내내 가리왕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캠핑을 하고 있다. 돌아오는 27~28일, 숲 문화제가 바로 가리왕산에서 열린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 2018년에 평창에서 진행되는 동계올림픽은 아직 4년의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말이다.

가리왕산을 보호하고 예산을 절감하고, 동계올림픽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추진하는 데 이 시간은 충분하다. 즉각 가리왕산 벌목을 중단하고 FIS 규정상에 있는 투런(2Run), 표고차 750m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하자. 그래서 우리가 꼭 가리왕산을 지켜내야 한다.

돌아오는 27일~28일 가리왕산을 지키는 숲 문화제가 열린다

ⓒ 녹색연합

덧붙이는 글 |

배보람기자는 녹색연합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입니다.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이 글이 올라갑니다.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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