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원더스 해체, 과연 KBO만 탓할 일인가

2014. 9. 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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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박선양 기자]지난 2011년 9월 15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한국야구회관 7층에서 고양 원더스 창단 협약식이 열렸다. 구본능 KBO 총재, 최성 경기도 고양시 시장, 그리고 청년 사업가로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을 창단하는 허민(원더홀딩스 대표) 나무인터넷 이사회 의장 등 3명이 함께 양해각서에 사인하며 협약식을 체결했다. 그렇게 해서 그 해 12월 '고양 원더스'는 김성근 초대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 30명으로 출범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14년 9월 11일. 창단할 때부터 선언했던 '3년'이라는 기한을 마치 지키기라도 하듯 이날 고양 원더스는 전격 해체를 선언했다. 해체 이유는 'KBO가 퓨처스 리그 가입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간을 다시 3년전 9월 15일로 돌아가보자.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허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는 기자들에게 최초의 독립야구팀을 창단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허 구단주 당시 허 의장은 "학교에 다닐 때나 사업을 할 때 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돈이 아닌 정신이나 스토리를 통해 그간 받은 것을 돌려드리고 싶었다. 경쟁에서 탈락해 우리 팀에 온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다시 1군 무대에서 성공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기부라고 생각한다. 뜻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오는 그런 팀이 모델이다. 선수들을 잘 키우기 위해 김성근 전 SK 감독 같은 좋은 분을 모셔오고 싶다. 팀 운영비는 모두 사재로 기부할 계획이며 3년간 50억 원 정도를 내놓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야구계 인사도 아닌 허민 구단주의 통큰 약속에 야구계는 깜짝 놀라면서 대환영을 표했다. 그 이전까지 '3년간 50억 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야구계를 위해 기부하겠다는 인물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30년 넘게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고 프로야구단을 운영해오고 있는 기업체 구단도 있지만 개인이 이처럼 거액의 사비를 기부한 적은 없다.

협약식 후 고양 원더스는 순조롭게 창단과정을 거쳤다. 그 해 11월 말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수 30명을 선발하고 때마침 야인이었던 '조련사' 김성근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영입하는 등 화제를 몰고 다녔다. 2012년 시즌에는 프로야구 2군 리그에 참여해 번외 경기를 치르는 등 프로야구 선수 육성에 기여했다. 안태영(넥센) 등 22명의 프로진출 선수를 배출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원더스는 기존 프로야구단으로부터 '딴리그 딴팀'으로 여겨져 왔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교류전 형식으로 프로야구 2군팀과 맞붙었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48경기, 그리고 2014년에는 90경기를 교류전으로 치렀다. 초창기에는 경기력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기존 일부 구단들과 껄끄러운 상대였던 김성근 감독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홀대를 당할 때면 원더스는 KBO가 창단 때부터 약속(?)했다는 2군 리그 참여를 해주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며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KBO는 "자문기구인 야구발전실행위원회에서 3년전 원더스 창단을 주도했다. 당시 사무국에서는 이사회에서 원더스의 2군 리그 정식 참가는 반대했다는 내용을 알렸다. 그래도 창단하겠다고 해서 2군 팀들과의 교류경기를 잡았다. 2군 리그 참가를 정식으로 약속한 적이 없다. 처음 2시즌은 경기력 차이 때문에 경기수가 적었지만 올 시즌에는 2군 팀들과 비슷한 90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짰다. 내년 시즌도 똑같은 경기수를 잡을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럽게 해체를 선언했다"며 "사전에 협의나 통보도 없이 전격해체를 선언한 것에 우리도 답답하다"고 항변했다.

냉정하게 따지면 3년 기한을 지킨 고양 원더스나 팀창단을 협의했던 KBO나 잘못한 것은 없다. 고양 원더스는 기존 프로야구단과는 상관없는 말그대로 '독립리그의 독립구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독립구단이 고양 원더스 한 구단밖에 없어 독립리그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 점이 사실상 가장 중요한 원더스의 존재감 상실 원인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독립리그가 활성화돼 있었다면 고양 원더스도 같은 독립리그 팀들과 경기를 치르며 미래의 프로야구 스타 육성에 힘을 썼겠지만 아쉽게도 독립리그는 생겨나지 못했다.

경기도가 2012년 프로야구 제10구단 kt 창단을 지원하면서 독립구단을 창단해 독립리그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2년이 지나가고 있는 현시점까지 독립구단을 하겠다는 기업체나 지자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야구계에서는 "경기도에 번듯한 야구장을 갖춘 지자체가 없는 상태이고 고양 원더스처럼 연간 40억 원을 투자할 기업체가 없다"며 독립리그 탄생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고양 원더스는 창단 협약식서 허민 구단주가 밝힌 '3년 5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3년 120억 원'을 운영 비용으로 투자했다. 연간 40억 원에 이르는 운영비용으로 기존 퓨처스 리그 구단보다도 더 많은 투자를 했다. 김성근 감독에 대한 특급 대우는 물론 일본인 코치, 외국인 선수, 해외전지훈련 등 기존 프로구단 못지 않게 운영비용을 투자했다.

원더스로선 엄청난 투자였지만 이 점이 오히려 독립리그 탄생에 '독'이 됐다. 창단 취지처럼 연간 10억 원 안팎의 구단 운영비용을 들였다면 기업홍보 등의 차원에서 뛰어들만한 다른 중견기업이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연간 40억 원을 투자할 기업체가 나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도 구단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수입도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선뜻 독립야구단을 만들 기업체는 없는 현실인 것이다.

경기도가 지난 2년간 지자체에 30억 원을 지원해서 야구장을 만들어주겠다고 까지 나섰지만 여태껏 단 한 개의 독립구단도 나오지 않는 이유이다. 당시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밝힌 '경기도의 독립리그 구상'은 KT가 수원시를 연고로 하는 제10구단 창단 유치 평가 점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

이처럼 추가 독립구단 창단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고양 원더스는 해체를 선언했다. 고양 원더스는 "운영비용에 대한 문제는 없다. 애초에 원더스는 사회 기부의 목적으로 설립된 구단이다. 처음에는 교육계에 기부하려 했으나 KBO·고양시와 협력하게 되면서 독립구단을 설립, 야구 쪽에 기부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구광으로 1조원 재산가라는 허민 구단주라도 연간 40억 원이라는 큰 돈을 계속 기부하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시각이다.

야구계에서는 고양 원더스가 해체의 변으로 내세운 'KBO의 2군 퓨처스리그 참가 약속 불이행'보다는 더 이상 원더스 구단의 존재 한계를 해체 이유로 받아들이고 있다. 2군 리그 정식 참가로 고양 원더스가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퓨처스 리그는 1군 선수 육성을 위한 2군으로 독립적인 구단운영이나 수익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팬들의 관심도 많지 않아 인기도도 현저히 떨어지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더스가 굳이 2군 퓨처스에 들어가지 못해 힘들어할 이유는 없다. 경기력 향상과 미래 프로스타 육성을 위한 경기 수 확대 주장도 받아들여져 올 시즌부터는 2군 팀들과 비슷한 경기수를 확보했다. 2군 퓨처스리그가 1군처럼 인기도 높고 수익도 괜찮아 구단 운영에 큰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고양 원더스를 퓨처스 리그에 정식으로 참가시키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또 독립리그는 기존 프로야구 리그와는 엄연히 다른 리그이고 어떻게 보면 경쟁체제이다. 프로야구단이 없는 중소도시에서 야구단을 운영해 수익을 올리고 야구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미국이나 일본 독립리그의 탄생배경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존 프로리그의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 독립리그인 것이다. KBO가 경쟁리그를 만드는데 앞장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KBO가 3년 전 비정상적으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창단에 참여한 것이 지금의 비난을 자초한 것일지도 모른다. 고양 원더스 창단 이전인 현대 유니콘스 인수전 시기(2007년)부터 야구단 운영에 관심이 컸던 뜻있는 인사를 만나 야구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해서 '독립리그 출범 촉매재' 구실을 해주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아름답지 못하게 끝나고 말았다.

이런 저런 면에서 고양 원더스 해체가 전적으로 KBO의 비협조만으로는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팀창단에 관여했던 KBO의 책임도 있겠지만 과도한 운영비에 따른 독립구단 추가창단 어려움 초래, 수익성과 인기도가 떨어지는 2군 퓨처스 리그 참가 고집 등의 다른 이유들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야구계로서는 고양 원더스가 정착하고 제2, 제3의 독립구단이 창단돼 '독립리그'가 만들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야구계에서는 고양 원더스를 기폭제로 해서 독립리그가 활성화돼 야구 실업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기를 학수고대했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경기도가 지금부터라도 10구단 창단 유치 때 약속했던 독립리그 창설을 위해 더 힘을 쏟고 하루 빨리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서 진정한 '독립리그'로 발전해 기업홍보와 수익성도 겸한 또 다른 프로야구 리그가 탄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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