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 휴대폰 판매 알바의 실상

2014. 9. 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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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알바노조 기자]

2012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즈음, 나는 고등학교를 관두었다. 그리고 집을 나와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다. 내 나이 열일곱. 집을 나오니 당장 음식을 사먹을 돈도, 집세를 낼 돈도, 난방을 할 돈도 없었다. 생활비와 저축이 필요해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고, 알바를 구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구한 일은 패스트푸드 매장이었다. 청소년이 구하기 가장 쉬운 일은 패스트푸드 매장 알바다. 구하긴 쉽지만 급여가 낮다. 학교를 관두자마자 일을 시작했고 3개월간 최저임금을 받았다. 2012년 11월부터 12월까지는 시급 4580원을, 이듬해 1월에는 4860원을 받았다.

패스트푸드 알바만으론 생활이 불가능해 새로 구한 알바가 병원 진료 보조였다. 병원에서의 일은 어렵지 않았다. 시급도 높았다. 시급 6000원이었고, 주5일, 하루에 4시간 일했다. 50만원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세 번째 알바를 찾기 시작했다. 음식점보다는 사무실에서 하는 일을 찾았다.

휴대폰 파는 곳에선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기기 변경을 권하고, 새로 가입을 하게 하는 게 주 업무였다.

ⓒ sxc

사무직 중 구직사이트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일자리는 바로 '콜센터'였다. 휴대폰도 팔았고, 인터넷쇼핑몰에서 주문도 받았다(지금도 콜센터 업무를 하고 있다). 조건은 좋았다. 알아본 콜센터들은 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면 됐고, 월급 12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고객을 속여야만 했던 '휴대폰 판매'

휴대폰을 파는 곳에서는 2주의 교육기간이 있다고 했다. 정해진 시간보다 더 일하거나 핸드폰을 많이 팔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기기 변경을 권하고, 새로 가입을 하게 하는 게 주 업무였다. 2주를 일하고 관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속이는 기분이 들었다. 개인정보도 '어둠의 루트'로 받은 것처럼 되어 있었는데, 전화번호와 쓰고 있는 기계 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팀장급인 사람은 "혹시 사람들이 어떻게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면 말하지 말라"고 했다.

핸드폰을 바꾸라는 전화인데 반응이 좋을 리 만무했다. 전화를 받은 뒤 냉랭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양반이었고, "XXX아, 전화하지 마!"라며 다짜고짜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회사에선 매일 실적비교를 했다. 벽에 판매 일을 하는 알바들의 이름을 써놓고 그날 올린 실적을 체크했다. 교육기간이 끝난 뒤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회사측은 급여를 주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2주 동안 일한 임금을 하나도 받지 못했는데, 일을 시작할 때 2주 안에 퇴사하면 임금을 안 주겠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노동청에 신고하고 임금을 받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받지 못할 것 같아서 관두었다.

그렇게 알바를 전전했다. 2년 동안 패스트푸드 매장, 병원진료보조, 사무보조, 휴대폰판매, 인터넷 상품판매, 텔레마케팅 등 다양한 알바를 경험했다. 독립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계속 알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일을 다시 배워야 하고, 관두게 되면 또 다시 알바를 찾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2년 동안 계속 알바를 옮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어떤 일은 몸이 너무 힘들었고, 어떤 일은 급여가 너무 적었다. 관리자들은 실적을 많이 올리지 못하면 심하게 눈치를 주거나, 원래 근로계약된 시간이 있음에도 필요할 때만 일을 시키고 손님이 없으면 마음대로 퇴근시켰다.

'꿀알바'로 보이는 콜센터 알바, 사실은...

퀵서비스 콜센터 일은 다른 알바에 비해서 '꿀알바'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 sxc

지금 하고 있는 알바는 퀵서비스 콜센터에서 주문접수전화를 받는 일인데, 지난해 10월부터 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내가 가장 오래 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급은 6500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높고 내근직이며 근무 시간과 급여가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다. 전화 받는 직원이 10명. 모두 10시부터 6시까지 일한다. 다른 알바에 비해서 '꿀알바'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주휴수당 등 각종 수당이 전혀 없으며, 근무시간인 8시간 내내 계속 전화를 받아야 한다. 식사시간이 있지만, 회사에서 시켜먹는 식당에서 사무실로 배달을 해준다. 대부분 점심식사는 자기 자리에서 비는 시간에 먹는다. 그래서 체하는 일도 잦다. 먹자마자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휴식시간이 따로 있지 않아서 눈치껏 쉬어야 한다.

내가 나이가 어리고 여성이어서 다루기 쉽다고 생각하는지 회사에 자주 드나드는 남성들 중엔 반말을 하거나 커피를 타오라고 시키는 이들도 있다. 간혹 내 외모를 비하하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근무조건이나 주변 사람들보다 더 날 힘들게 만드는 건,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고 말을 함부로 하거나 심지어 욕설까지 하는 고객들이다. 전화해서 반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전화하자마자 대뜸 "아가씨, 여기로 사람 좀 보내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욕을 앞세워 전화를 했다.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당황스럽고 서러워서 눈물이 핑 돌았는데 계속 겪다 보니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첫 알바를 시작하고 나서 지금까지 항상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지금 수입은 괜찮지만, 주휴수당을 못 받는 것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이기는 하다.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에 110만 원 전후의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마음 같아서는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 한 달에 110만 원을 벌어도 월세, 관리비, 식비, 통신비 등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남는 금액이 없으니 저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시급이 조금 더 많다면, 일하는 시간도 줄이고 생존이 아닌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내 나이 19살. 누군가 나에게 '대학갈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내년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할 생각이다. 대학에서 사회문제를 다루는 사회학을 전공하고 싶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진 아무래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난 언제까지 이곳에서 일해야 할까.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알바노조 조합원입니다. 알바노조(02-3144-0936, www.alba.or.kr)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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