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2] 류현진, 얍삽함과 현명함 사이의 볼 컨트롤

스페셜 입력 2014. 9. 19. 11:49 수정 2014. 9. 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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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이번 글, 출발에 앞서 한가지 동의를 구한다. 혹시 지난 번 <...구라다>를 읽으신 독자들에 대한 해명이다. '매팅리에게 커쇼의 교체란?'이라는 제하의 글은 감독이 에이스 투수에게 갖는 무한 신뢰에 대한 아름다운 얘기였다. 그러나 그걸 매팅리의 인격 전체로 일반화 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상대가 커쇼라는 특수한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그럼 일반적인 얘기를 해보자. 대개 부상 선수를 바라보는 감독(또는 코치나 팀 관계자)의 심리에는 기본적으로 이런 감정이 깔려 있다. '야, 누군 선수생활 안해봤냐? 그 정도 아픈 건 아픈 것도 아냐. 나 선수 때는 숨 쉴 정도만 되면 게임 뛰었어.' '너 지금 관리하냐? 그렇게 몸 사려서 나중에 한 몫 잡을라고? 적당히 좀 해라.'

아프다는 선수에게 드러내고 내색은 못한다. 하지만 감독도 사람인지라 급하면 그런 생각 왜 하지 않겠나. 태업이니, 꾀병이니 하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나도는 것도 그런 연유일 게다. 아, 물론 친부모처럼 걱정해주고 따뜻하게 보듬는 훌륭한 스승도 간혹 계시다. 그런 분들께는 죄송!

오락가락 하는 매팅리의 마음

자, 그럼 돈 매팅리가 일반적인 감독의 범주에 있다는 가정하에 얘기를 시작해 보자. 그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화요일(한국시간 17일)까지만 해도 느긋했다.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대인배 같은 마음씀을 비쳤다. 그는 "검사결과에 안도한다"면서 "다저스는 류현진의 건강을 원한다. 류현진의 급한 복귀를 원하지 않는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라고 했다. 하물며 "20경기를 빠졌던 지난 4월보다 더욱 보수적으로 이 사안을 다뤄나갈 것"이라고 했다. '보수적'이라는 어휘를 주목하시라. 이 말은 두번째 어깨부상이니 더 조심해서 복귀 스케줄을 잡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매팅리 감독을 포함한 다저스 구단은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활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ESPN도 비슷한 논조였다.

그러나 불과 하루만에 매팅리의 어조는 180도 달라졌다. 바로 그 다음날 LA 데일리뉴스와 인터뷰다. "만약 지구 우승이 확정됐거나, 거의 근접했다면 (류현진의 부상에 대해서) 단언컨대 우리는 상황을 다르게 봤을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콜로라도로) 떠나기 전 Ryu와 얘기를 나눠본 바로는 아주 좋게 흘러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신경 쓰거나 하는 게 없어 보였다."

매팅리가 이렇게 치고 나가자 LA 데일리뉴스 기자가 대놓고 물었다. '그럼 Ryu가 로테이션 한 번만 거르고 다음주(한국시간 23일)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와 홈 경기에 나올 수 있다는 말이냐'라고. 물론 수준 낮은 직설법에 걸릴 매팅리가 아니다. 답변은 우회적이었다. "일단 Ryu를 시카고에서 합류시킨 뒤 상태를 볼 것이다. 어떤 추측도 하고 싶지 않고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슬쩍 발을 뺐다.

그러더니 19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전에 앞서 "23일 등판은 어려울 것 같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추측컨대 이날 팀에 합류하기로한 류현진으로부터 어떤 메시지가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부상 복귀는 상황 논리로 풀면 안된다

문제는 같은 사람이 같은 사안을 놓고 하루가 다르게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안정하다. 그의 심중은 LA 데일리뉴스와 인터뷰에서는 나타났듯이 빠른 복귀를 원하고 있다. 이해한다. 오죽하면 여북하겠는가. 2위 자이언츠와 4게임 차이였을 때만해도 "류현진의 건강을 원한다"며 느긋했다. 그러다 꼴찌한테 고춧가루 세례받고 3게임차, 2게임차까지 쫓기게 됐으니 밤에 잠이나 오겠는가. 게다가 애들은 걸핏하면 덕아웃에서 싸움박질이고….

매팅리는 지금 급하다. 이제 그에게 믿을 구석이라곤 선발 3형제 뿐이다. 그래서 자꾸 류현진의 조기 복귀 분위기를 잡고 있다. 그걸 위해 미디어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구단에서도 빠른 회복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코르티손 호르몬 주사라는 걸 맞혔다는데, 한번 맞으면 통증이 나흘이나 계속 된다는 어마무시한 치료법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간혹 맞는 주사라지만 한화시절에도 비슷한 부상에 주사요법은 질색하던 그였기에 안쓰럽기 그지 없다.

<…구라다>는 이들의 행태가 몹시 못마땅하다. 부상은 의학적인 논리로만 접근해야 한다. 여기에 '상황'이라는 변수를 대입시키면 곤란하다. 여유 있을 때는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보장해주고, 팀 사정이 급하다고 긴가민가 하는 시점에 마운드에 세우려는 건 절대 찬성할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본인의 스탠스다.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 말이다. 2년 밖에 안된 선수가 그 큰 조직 안에서 자기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주위의 은근한 압박은 잘못된 결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화시절 그의 몸 관리를 맡았던 조대현 컨디셔닝 코치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여기에 대한 의견을 이렇게 밝혔다. "류현진은 통증 자각에 민감하고 명확하다. 좀 더 가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스톱을 잘 한다. 이번에도 더 던질 수도 있었겠지만, 스톱할 타이밍이라 판단해서 1이닝만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몸 관리를 잘하는 선수다. 이는 큰 부상을 미연에 방지해 팀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조 코치의 말대로라면 참 다행이다. 본인 건강 알아서 잘 챙기는 것도 프로의 중요한 덕목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지금 상황이다. 팀이 몰리다 보면 결국 그의 얼굴을 쳐다보게 돼 있다. 투혼, 파이팅, 헌신… 그런 단어들이 등장할 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냉정함이다. 투수에게는 특별히 민감한 부위인 '어깨' 아닌가. 게다가 5개월 만에 재발한 부상이고. 분위기와 감성으로 판단할 일이 절대 아니다.

류현진은 원래 컨트롤 좋은 투수다

몸쪽에 바짝 붙는 빠른 볼은 대부분 타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코스다. 반대로 그쪽에 어정쩡하게 던지다간 장타 맞기 딱 좋은 위험한 코스다. 이걸 제대로 활용하려면 정확한 볼 컨트롤이 필요하다. 현명함과 얍삽함 사이도 그렇다. 둘 사이는 가까운 것 같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걸 구분해주기 위해서는 정확한 로케이션이 필요하다.

하긴 그렇다. 볼 컨트롤 하면 류현진 아닌가. 몸쪽, 바깥쪽 자유자재로…. 세상이 다 안다. 처세도 마찬가지다. 이제까지 부상에 대해 민감하고 명확한 태도를 보였지만, 아직 그에게 '뺀질이' 이미지는 없는 것 같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그래야 한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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