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아닌 방향' 이근호·박주영의 다른 길

스포츠 2014. 9. 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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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 2014년 현재, 이근호와 박주영(사진)의 위상은 완전히 역전됐다. ⓒ 연합뉴스

이근호(29)와 박주영(29).

둘은 한국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85년생 동갑내기 스타들로 국가대표팀에서도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지만 이근호는 박주영 그늘에 가려 2인자 이미지가 더 짙었다.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축구천재'로 각광받으며 프로무대에서 승승장구하던 박주영에 비해 이근호는 2군을 전전하다 뒤늦게 빛을 발했다.

박주영이 유럽진출과 월드컵 출전에 이어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누리며 승승장구할 때, 이근호는 유럽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최종엔트리에 탈락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2014년 현재, 이근호와 박주영의 위상은 완전히 역전됐다.

이근호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최종엔트리에 합류했다.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는 이근호의 축구인생에서 첫 월드컵 무대이기도 했다.

비록 대표팀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근호는 3경기에서 모두 교체멤버로 활약, 1골 1도움으로 K리거의 자존심을 세웠다. 현역 군인신분이던 이근호는 브라질월드컵 참가국 통틀어 최저연봉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근호의 활약은 함께 월드컵 무대를 밟은 박주영과 대조를 이뤘다. 교체멤버에 불과했던 이근호에 비해 박주영은 2경기에서 주전공격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존재감 없는 활약에 그쳤고, 대회 도중 소속팀 아스날에서 방출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알고 보면 이근호는 매년 꾸준히 스스로를 발전시켜온 선수다. 때로는 기복과 슬럼프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성장하는 기회로 삼았다.

한창 K리그와 대표팀에서 주가를 높이던 시절에 남아공월드컵 최종탈락의 아픔을 겪었고, 2012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AFC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뒤 군복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주 상무에 입대해 2부리그 챌린지에서 뛰어야했던 것도 나름 고비였다.

이근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사실 축구선수에게는 상무처럼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운동을 계속하면서도 군복무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특혜다. 과거 이동국이나 김정우처럼 상무에서 활약하면서 오히려 축구선수로서 한층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한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근호 역시 2부리그에서 뛰면서 기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며 꾸준한 활약으로 상주를 한 해만에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시켰다.

유럽파들이 주축이 된 홍명보호에서도 부동의 조커이자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했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월드컵에서도 K리거가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근호는 상주 상무에서의 복무를 마치고 지난 16일 전역했다. 전역을 불과 사흘 앞두고 열린 K리그 전남전(14일, 1-0)에 출전을 자원해 팀이 7경기 만에 승리하는데 기여했다. 축구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된 상주에 대한 의리와 책임감을 보여주는 작별의 선물이었다.

또 전역 후에는 중동 카타르 클럽으로의 이적이 확정됐다. 연봉은 최소 3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록 기대했던 유럽은 아니지만 이근호로서는 30대로 선수생활의 후반부 바라보는 시점에 그동안의 땀과 노력을 보상받는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이근호 행보를 보면서 박주영에게 또 아쉬움이 남는다.

한때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던 박주영은 현재 소속팀도 없고 선수생활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2년 병역논란으로 비롯된 구설은 지난 월드컵에서의 '엔트으리' 파문과 극도의 부진으로 이어지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다소 걸렸어도 정도만을 걸었던 이근호는 노력과 의무를 다한데 따른 정당한 보상을 얻고 있다. 미래에 성공한 축구선수를 꿈꾸는 후배 유망주들이라면 참고할 만한 두 명의 다른 인생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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