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 고1·2학년 웃고, 고3학년 울고..왜?

조용석 2014. 9. 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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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엇갈리는 9시 등교제전북·광주·제주교육청 조기 등교 잇따라 검토고 1·2학년생 "지각 줄고 아침밥 여유"고3 수험생·학부모 "신체 흐름 깨고 학원 밀려"

[이데일리 조용석 고재우 기자] 18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지난 1일부터 경기도에서 시작된 '9시 등교제' 가 본격 논의되면서 전국 확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전북교육청은 관내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다음달부터 9시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등교 시간을 30분씩 늦출 것을 권장했다. 광주시교육청도 9시 등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제주도교육청 역시 등교 시간을 30분~1시간 가량 늦추는 방안을 올해 말이나 내년 1학기부터 실시할 방침이다.

1일을 기준으로 경기도 초·중·고 2250개교 중 9시 등교제를 실시 중인 곳은 약 90%에 해당하는 2028개교다. 전체 고등학교 451개교 중에서는 약 67%에 달하는 301곳이 시행 중이다. 9시 등교제 결정은 학교장의 재량에 따른다.

◇고교 1·2학년생 "아침밥 먹고 등교해 좋아"

18일 오전 7시 30분. 경기도 구리시 토평고등학교는 등교하는 학생이 드물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학교는 지난 11일부터 전 학년을 대상으로 등교 시간을 8시에서 9시로 한 시간 늦췄다. 8시께가 되자 조금씩 학생들이 눈에 띄었으나 대부분 3학년 생이다.

'9시 등교제'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만족도는 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3학년생과 1~2학년 간에 차이가 확연히 갈렸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하는 수능을 앞두고 있는 3학년생은 시험일 컨디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늦은 등교에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1·2학년생은 '여유로운 아침'이 보장된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7시 50분께에 등교한 김성윤(토평고3)군은 "8시부터 학교 도서관에서 자습을 하려고 일찍 등교했다"며 "수능시험은 8시부터 시작하는데 9시 등교제를 따르면 생체 흐름이 깨진다"고 말했다. 8시에 학교에 온 백지연(토평고3)양도 "9시 등교제는 수능 시작 시간과 차이가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1·2학년생들은 9시 등교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지환(토평고2)군은 "9시 등교제로 20분 정도 더 잘 수 있게 됐다"며 "잠도 더 자고 밥도 늦게 먹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원빈(토평고1)군 역시 "아침 피로가 확실히 줄었다. 아침도 더 여유롭게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9시 등교제를 실시하는 또다른 고등학교의 A교사는 "아이들이 아침 식사도 더 많이 하고 오는 것 같고 지각도 약간 줄었다"며 "오전 수업시간 아이들 얼굴이 밝아졌다. 여러모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학부모들 "하교 시간 늦어져 학원도 밀려"

학부모들의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날 아침 8시께 자녀를 등교시킨 김종욱(53)씨는 "아침 시간이 늘어져 싫다. 맞벌이 부모는 특별히 그렇다"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붙인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특히 늦어진 하교 시간에 대해서는 많은 학부모들이 볼멘소리를 했다. 토평고의 경우 9시 등교제 이후 오후 4시였던 하교 시간이 오후 4시40분으로 늦춰졌다. 익명을 요구한 고3 학부모는 "하교 시간이 늦어져 학원 시간도 밀렸다"며 "서울시와 경기도의 성적 격차가 더 벌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9시 등교제 영향으로 생각지 못한 유탄을 맞은 사람들도 있다. 경기도 학생들의 등교를 돕던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학생통학분과위원회 소속 100여명은 최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9시 등교제를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전 8시 이전에는 고등학생, 오전 8시 20분까지는 중학생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유치원생의 등교를 돕고 하교 시간에는 반대로 운행하며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9시 등교제 시행으로 중·고등학생과 유치원의 등교 시간이 같아져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주헌 학생통학분과위원회 위원장은 "버스기사들의 수입이 반토막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도교육청과 협의가 잘 안되면 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용석 (choju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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