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권력, 목사의 탐욕, 성당의 富..종교계 개혁 바람

김지은 신상순 2014. 9. 18. 20: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막강한 권한 논란, 사부대중 연대회의서 직선제 추진

개신교 예배당 건축ㆍ세습 등 문제,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 화두 꺼내

천주교 "가난한 교회" 교황 가르침, 내달 정기총회 앞두고 실천 논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창립 90주년을 맞아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 아트홀에서 90주년 기념 예배를 보고 있다. NCCK가 내놓은 화두는 교회가 본래 있어야 할 자리면 광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의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다.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500년 전 부패한 로마 가톨릭을 뒤흔든 개혁의 시작은 대자보 한 장이었다. 1517년 독일 작센공국의 비텐베르크대 신학교수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다. 로마 성베드로 성당의 건축비를 마련하려 면죄부를 남발한 가톨릭교회를 정면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교황청의 부패를 지적하며 논쟁을 제안한 이 대자보는 유럽 사회에 충격을 안겼고 결국 종교개혁으로 이어졌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종교를 성직자가 아닌 평신자에게 돌려줬다는 의미가 있다. 교리 해석을 독점한 교회와 성직자의 권위에서 사람들을 해방시켜 종교의 참뜻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2014년 한국에서도 이를 위해 개혁의 대자보를 붙이는 이들이 있다. 갇힌 권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곳곳에서 꿈틀대는 중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제왕" 개혁기구 출범

이미 개혁 논쟁이 시작된 종교는 조계종이다. 총무원장 권한 축소, 선거 제도 개선을 놓고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개혁기구도 구성돼 치열한 내부 공방이 예상된다.

깃발을 꺼낸 이들은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 사부대중 연대회의'다. 사부대중은 비구ㆍ비구니와 재가(在家)의 남녀 신도인 우바새ㆍ우바이를 가리킨다.

조계종의 요직을 거친 스님들이 여럿 동참하고 있다. 전 호계원장 법등 스님, 전 호법부장 도진 스님, 현 중앙종회 의장인 향적 스님, 전 중앙종회 의장 보선 스님,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전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 등이다.

이들은 종단 개혁의 출발점이자 핵심이 총무원장의 권한 축소와 직선제 실현이라고 보고 있다. 현 조계종의 가장 큰 문제는 '제왕적 총무원장'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총무원장의 권한은 사회로 치면 대통령을 넘어선다. 총무원 간부 임면권,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 예산 집행권뿐 아니라 전국 사찰의 주지 임명권, 호법부를 통한 감찰권, 종단 산하 사찰 재산에 대한 감독ㆍ처분권까지 가진다. 조계사, 봉은사 등 대규모 직영사찰 5곳의 당연직 주지도 맡는다.

국회 역할을 하는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종회의원의 선출에도 입김을 미친다. 명진 스님은 "원장 계파가 자기 계파를 종회의원에 당선시키기 위해 돈 지원을 하는 건 승적 가진 스님치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라며 "비리가 관행이 된 게 조계종의 현실"이라고 탄식했다. 정부가 각 사찰에 주는 문화재 관리ㆍ유지비, 템플스테이 지원비 등 수백억원대의 예산 배정에도 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니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온갖 비리와 잡음이 난다. 현재 총무원장은 중앙종회 의원 81명과 24개 교구본사 대표 240명 등 321명의 선거인단이 뽑는 간선제다.

비구니는 선거인단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라 차별적 구조라는 문제도 있다.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에 투표권을 가진 비구니는 전체 선거인단 중 26명으로 8.36%에 그쳤다.

유응오 사부대중 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일정한 법랍 기준 이상에게는 모두 투표권을 주는 선거제도 개선 논의가 종단 개혁의 진정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신교… NCCK "한국 교회, 위기를 몰라"

개신교에서도 자기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공명을 일으킨 결과다.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를 화두로 꺼냈다. NCCK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등 9개 교단과 한국YMCA전국연맹을 비롯한 5개 연합기구가 회원이다.

이들이 '광야'를 새삼 언급한 이유는 뭘까. 기독교에서 특별한 상징적 의미가 있어서다. 김영주 NCCK 총무는 "출애굽한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한 곳도, 예수가 복음을 선포한 곳도 모두 광야였다"며 "교회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이자 기본인 광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교회'는 현재 한국 교회의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일부 교회들은 대형 예배당 건축, 목사의 성추행, 교회 세습 등으로 물의를 빚었고 사회적인 지탄과 반감을 샀다. 김 총무는 "수적 성장, 대형 교회 중심의 재편 등으로 교회가 광야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한국 교회가 위기를 모른다"고 진단했다.

NCCK는 18일 오후 열린 '창립 90주년 기념 예배'에서도 '광야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특송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제주 강정마을 주민, 이주노동자, 노숙자 등이 한국 교회에 바라는 점을 적은 엽서에 응답을 적어 회신하는 행사를 준비한 것이다.

김 총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큰 관심을 받은 것은 한국 교회가 그만큼 우리 사회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천주교, 교황의 가르침 실현 모색

천주교도 '교황 방한 이후'라는 커다란 개혁 과제를 안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연설 등을 통해'거리로 나가 가난한 자를 위해 행동하는 교회'를 강조해왔다. 방한 중에는 한국의 주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교회와 공동체들은 그 자체가 중산층이 돼 그에 속한 일부의 가난한 이들은 심지어 수치감을 느낄 정도가 된다"며 '강자를 위한 교회'가 돼선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다음달 27일부터 열리는 정기 총회를 앞두고 개혁 논의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앞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교황 방한 이후 한국 천주교회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주교회의 정기 총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현재 각 부문별 주교위원회에서 상임위원회를 거쳐 총회에 올릴 안건을 논의 중"이라며 "교황이 주신 가르침을 어떻게 구현할지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