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폭넓게 인정..고용 관행 변화 불가피

2014. 9. 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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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대차 하청 비정규직 934명 정규직 전환 판결

법원이 사내하청 형식으로 일한 현대차 비정규직 대부분을 파견 근무자로 판단한 것은 현대차가 이들에게 실질적인 관리·감독권을 가지면서 직접 업무를 지시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사내하청 업체들과 도급계약을 맺었을 뿐 파견 근로에 해당하지 않아 2년 넘게 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기존에 인정됐던 컨베이어 벨트 근무자(의장)는 물론 다른 직종에 근무한 근로자 역시 사실상 직접 고용된 것이라며 '불법파견' 범위를 더 넓게 해석했다. 이에 따라 그간 노동시장을 왜곡한 현대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유사소송이 늘면서 노동계·재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조업 사내하청은 '근로자 파견'에 해당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정창근)은 현대차 하청업체 비정규직 994명에 대한 선고를 내리면서 934명에게 현대차 근로자지위(865명)에 있거나 고용의사 표시를 할 자격(69명)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현대차 하청업체들이 원고들과 계약관계를 맺었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업무를 시킨 것은 현대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단 근거로 ▲현대차와 사내협력업체 사이 도급계약에 아무런 내용이 없었던 점 ▲업무가 현대차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된 점 ▲현대차가 근무시간 등을 정하고 임금 관련 근로조건까지 마련한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구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원고들은 2년이 경과한 이후 직접 고용되는 조항에 따라 근로자 지위에 있고, 법 개정 이후 입사한 원고들은 (현대차에) 고용의무 이행을 청구할 권한이 있다"며 "현대차는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정규직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을 적용한 체불임금을 달라는 원고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580억원의 청구금액 중 231억원만 인정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10년 만에 결실

이번 판결은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지 10년 만에 이뤄졌다. 현대차는 이 같은 판단에도 당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고, 대법원이 현대차 울산공장에 다니다 해고된 최병승씨에 대해 2010년과 2012년 두 번에 걸쳐 '불법파견'이란 판단을 내린 이후에도 개별 사안에 불과하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이 최씨 사건의 대법원 판단 근거를 다른 근로자에게도 확대·적용했다는 점에서 향후 노동계 고용 관행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씨가 일했던 의장업무(컨베이어 벨트 업무) 외에 엔진 변속기 시트 등 다른 업무를 담당했던 비정규직 역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도 25일 예정된 기아자동차 사건이나 삼성전자서비스 등 유사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측은 "지난 3년11개월 동안 해고와 구속까지 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며 "법원에서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은 만큼 현대차에 직접 교섭을 요구해 당사자인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이희경·김민순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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