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갈등과 대립의 사회, 대결을 부추기는 '조롱'

신현식 기자 2014. 9. 1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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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조롱투스'의 시대③]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사회 현안 해결은 요원

[머니투데이 신현식기자][편집자주] '조롱하는 인간'들의 시대다. 금기를 향해 도전한다는 '조롱'의 긍정적 에너지는 이미 한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방향성을 잃은 '말의 폭력'은 사회적 약자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사회갈등을 증폭시켜 사회적 비효율의 또 다른 원인이 되기에 이르렀다. 머니투데이는 4회에 걸쳐 조롱하는 인간 '호모 조롱투스'의 기원과 발전상을 돌이켜보고 이들이 가져온 문제점과 해법에 대해 살펴본다.

[['호모 조롱투스'의 시대③]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사회 현안 해결은 요원]

"쥐명박, 닭근혜는 되고 노알라, 핵대중은 안 돼?"

정치·사회분야 인터넷 기사 댓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질문이다. 보수와 개혁성향 전 대통령을 조롱해 지칭하는 위 단어 중 어느 것을 입에 담는지만 보아도 그 사람이 '일베충'인지 '좌파 좀비'인지를 알 수 있다. 나와 성향이 다르다면 대화의 여지는 없다. 계몽해야 할 대상이거나 '벌레'로 박멸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노골적 조롱이 끼어든 대화는 결국 감정싸움으로 이어진다. 갈등 사안을 두고 입장이 다른 사람이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인 대화가 오히려 다른 문제를 낳는다. 뿌리내린 조롱의 문화가 우리 사회를 좀먹는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 "대화의 여지는 없다"…깊어진 갈등의 골

조롱섞인 말하기는 감정의 골을 깊게 파 대화를 방해하고 관계를 단절시킨다. 여성을 비하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며 독재를 찬양하는 식의 조롱은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조롱의 말하기는 동시에 우리 편 내부의 결속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 단순하고 강력하게 그리고 극단적으로 상대를 규정해 자기 그룹이 갈등의 최전선에 있다는 인식을 주는 방식을 통해서다.

대화의 여지가 없는 상대방을 조롱하는 것을 통해 집단 내부에서 지지를 얻는 것이다. 동전의 앞면이 있다면 뒷면은 반드시 따라오듯, 극단적 조롱의 대상이 되는 집단 역시 집단적 반발과 강한 결속을 가져온다.

개인이 개인을 조롱하는 말하기가 촉발한 갈등이 전체 집단의 갈등으로 번지는 것이다. 그만큼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조롱하는 방식의 말하기는 소통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으로 보여주는 전달방법"이라며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서로가 대화의 상대방이 아니라고 느낄 수밖에 없고 다시 조롱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고 말했다.

강경순 한국토론교육개발원 교육국장은 "조롱하는 말하기는 핵심에서 벗어나 감정적인 논쟁만 벌이며 본질을 왜곡하기 때문에 문제는 풀지 못한 채 상처만 남긴다"며 "각고의 노력 끝에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감정의 골이 깊어져 다른 문제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좌좀과 '일베충'의 멍에…합의가 사라진 문화

토론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국정을 이끌어야 국회에서도 조롱하고 야유하는 장면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두고 "7시간 동안 연애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단식중인 세월호 유족을 두고 "제대로 단식을 했다면 그 시간을 견딜수 없다"며 유가족의 단식이 적당히 단식쇼를 한다는 듯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TV 프로그램에서도 조롱과 감정적 비난이 넘쳐난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을 창당한 야권을 두고 일부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야권인사를 조롱하는 시사프로그램을 줄이어 방영했다. 당시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은 프로그램 폐지와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을 거론하기도 했다.

권경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사회적 불만이나 욕구불만의 발현인 조롱이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적 편향성과 결합하는 측면이 있다"며 "기존에 강한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용인됐던 조롱이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는 잊혀지고 조롱이라는 행위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여의도나 토론 프로그램에서 걸출한 논객조차 조롱의 방식을 빈번하게 쓰는 것은 말 한 두 마디로 흐름을 뒤엎으려는 이 사회 전체적으로 퍼져있는 자극적인 문화의 영향"이라며 "진지한 문화가 결여된 실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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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신현식기자 hssh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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