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세월호법 해결 혼신" .. 강경파는 싸늘
여느 때처럼 진회색 스리버튼 재킷에 같은 색 바지 차림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2시30분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 들어섰다. 중국의 정치가 쑨원(孫文)이 고안한 '중산복'을 연상케 하는 복장으로, 평소 그가 색깔만 바꿔서 자주 입는 옷차림이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쉴새 없이 터지자 기자회견장 마이크 앞에 선 채 허공을 바라봤다. 수초간 정적이 흐른 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첫마디는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였다. 그러곤 담담한 어조로 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 당을 집권 가능한 정당, 국민이 공감하는 정당으로 바꿔서 혁신해보고자 호소해 봤지만, 그 시도 또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저 자신도 엄청난 좌절감에 떨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내몰려 당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1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다 큰 반발에 부딪혔다. 강경파 의원들은 세월호특별법 합의를 두 차례나 파기한 데 이어 비대위원장 영입 혼선까지 불러왔다며 매일 회의를 열어 "비대위원장은 물론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탈당 의사를 비췄다 나흘 만에 돌아온 박 위원장은 그런 강경파들을 겨냥한 듯 "그동안 저의 잘못에 분노한 분들은 제게 돌을 던지십시오. 그 돌을 제가 맞겠습니다"고 말했다.
완곡하게, '감성적'으로 반격도 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은 우리 국민들이 너무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려워해야 합니다. 당의 현재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고 끊임없이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다.
비대위원장을 물러나면서 그는 본인이 추진하려다 실패한 당 혁신을 다시 화두로 던졌다. 혁신을 강조하기 위해 '60년 전통의 정당'이란 표현을 짧은 회견문 안에 두 번 넣었다.
"60년 전통의 뿌리만 빼고 바꿔야 한다"거나 "60년 전통 정당의 산 역사인 원로 고문님들의 간절한 요청에 (혁신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다.
1949년 한민당 해체 이후 등장한 민주국민당(민국당), 민주당, 신민당 등의 야당 법통을 빌려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날카롭게 각을 세우며 원내대표 업무 복귀의 명분을 찾았다.
박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최후통첩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결국 그동안 세월호 협상을 청와대가 뒤에서 주도했음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특별법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총의를 모아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운은 가시지 않았다. 강경파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긴급 회동을 열었던 유승희·최재성·홍익표 의원 등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이날 오전 네 번째 모임을 가졌다. 홍익표(초선·서울 성동을) 의원은 "다음 원내대표 선출 일정을 정확히 정해 놓고 인수인계를 해야 한다"며 조기 사퇴에 방점을 뒀다.
일부 의원들은 전날 조정식 사무총장, 박범계 원내대변인 등이 실시한 박 위원장 거취와 관련한 의원 전수(全數)조사 전화가 자신들에게는 걸려오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임 후 유승희 의원(재선·서울 성북갑)은 박 위원장의 원내대표 조기퇴진이 결론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대한 반응도 싸늘했다. 모임에 참석했던 은수미(초선·비례) 의원은 박 위원장의 회견 후 트위터에 "잘못된 협상으로 대통령만 살려준 박영선 대표는 세월호에서 손 떼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 위원장의 세월호특별법 협상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강경파들과 대조적으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부지출 실시간 공개 시스템'에 관한 정책토론회에 참석차 상경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 위원장을 찾아가 위로해 주목을 받았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박 위원장이 원내대표 직을 수행할 것"이라며 "무리하게 임기를 이어가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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