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없애자 '극심한 취업난', 남겨진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우식 입력 2014. 9. 18. 00:38 수정 2014. 9. 18. 00: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스켓코리아 = 이우식 기자] '1순위 고려대 이승현', '2순위 연세대 김준일'…선수들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될수록 분위기는 무거워져갔다. 끝끝내 39명 중 절반이 가까스로 넘는 21명만이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았고, 나머지는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신인 드래프트에 대한 얘기다.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2014 KBL 신인 드래프트가 개최됐다. 이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고려대 이승현이 고양 오리온스의 부름을 받은 것을 비롯, 총 21명의 선수가 취업의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지명률로 따지면 53.8%에 불과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군리그가 폐지되면서 자연스레 2군 드래프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결국 2006년(48.8%) 이후 최저 지명률을 기록하고 말았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당초 프로 지명은 물론 2라운드 초·중반에 무난히 뽑힐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끝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낸 선수들도 많았다. 각각 부상 중, 신체조건의 불리함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긴 했지만 충분한 발전가능성과 기량을 가진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18명의 미지명 참가자 중 4명의 일반인 참가자들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최근까지 소속대학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며 프로의 꿈을 키우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2군리그 폐지와 원활하지 못 한 후속 조치의 진행으로 인해 극히 좁아진 취업문은 그들의 꿈을 가로막은 격이 됐다.

현재 학원 스포츠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많은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야구나 축구의 경우 고교리그는 철저히 주말리그제를 시행하고 있고, 많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농구의 경우에도 많은 학교들이 정규수업에는 대부분 참여하게 하고 있긴 하지만, 야구와 축구같이 그를 뒷받침하는 협회 차원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매년 5~6개씩 지방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다 보면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나가 있는 경우가 많아 의지가 있더라도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대학은 사정이 조금 낫다. 2010년부터 시작된 대학리그는 대부분의 수업이 끝날 시간인 오후 5시에 일괄적으로 경기를 갖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에서 수여하는 '우수 학업성취 학생 선수'라는 상까지 만들어 동기부여도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선수들 또한 연간 수차례씩 치러지는 또다른 전국대회들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빠져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처럼 일정 수준의 학업 성적을 갖춰야만 경기에 뛸 수 있게 하는 제도도 없어 대부분의 선수들은 학업 성적을 등한시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일반적이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후 프로에 지명되지 않으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농구선수라는 꿈만을 위해 달려온 이들인 데다가, 국가·협회의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할 기회를 막아온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혼자 방법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자농구처럼 실업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다음 시즌을 기약해보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KBL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KBL에서는 2군리그를 폐지한 대신 D-리그(가칭)의 창설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10개 구단 중 6개 팀이 참가의사를 밝혔다고는 하지만 선수 수급, 운영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프로'라는 무대에 화려하게 입성하고 싶었을 18명의 선수들. 드래프트가 끝난 후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서는 그들의 뒷모습이 유독 슬프게 느껴졌다. 그들이 새로운 도전 또는 또 한 번의 도전을 통해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사진 제공 = KBL

Copyright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바스켓코리아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