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짐되기 싫어 집 떠났건만..부실한 요양병원 '현대판 고려장'

2014. 9. 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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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노인들 고단한 늘그막민간시설 난립하며 서비스質 악화..실버타운은 너무 비싸 '그림의 떡'

◆ 한국 고령화 쇼크 무방비 2부 / ① 노후 준비 안녕하십니까 ◆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노인요양병원. 7층짜리 건물에 병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33㎡ 남짓한 병실엔 침상이 6개나 따닥따닥 놓여 있다. 또래 노인들끼리 대화라도 할 법하지만 병실 안은 침묵만 흐른다. 끼니때가 돼도 노인들 대부분은 힘이 없다. 식단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했다.

작년 가을에 입원한 김 모씨(83)는 "여기에 있는 것도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다. 그나마 나는 자식들이 자주 찾아와줘서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인 한 명이 이곳에 한 달 동안 머무는 비용은 개인별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50만원 내외다. 김씨는 딱히 몸이 불편하진 않지만 이곳에 들어와 노후를 보내고 있다. 사실상 현대판 '고려장'이다.

병든 노인을 위한 노인요양병원이 갈 곳 없는 노인들이 기거하는 요양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요양시설은 미흡한 시설기준과 안전관리로 각종 사고의 온상이 되고 있다. 호화로운 시설로 채워진 고급 실버타운은 0.1%만을 위한 '그들만의 시설'일 뿐이다. 집 떠난 노인들은 갈 곳이 없다.

실버문화가 확산되고 실버산업이 뜨고 있지만 정작 노인들을 배려한 진정한 '실버'는 실종됐다. 참여연대가 내놓은 '노인요양병원 및 노인장기요양제도의 문제와 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요양병원 입원자 중 47.2%는 주된 입원 이유가 '치료'가 아닌 '요양'이었다. 하지만 노인요양병원 시설 수준은 일상적인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노인요양시설에 비해서도 더 열악한 곳이 많다. 실제 노인요양시설은 촉탁의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외에 요양보호사가 입소자 2.5명당 1명꼴로 배치되지만 노인요양병원은 요양보호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민간 노인요양병원이 난립하면서 서비스 질도 떨어지고 있다. 2008년 전국에 690개였던 노인요양병원은 2013년엔 1232개로 2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노인요양병원을 수익사업으로 활용하려는 사업주가 늘어나면서 특별한 진료가 필요 없는 노인들도 마구잡이로 수용한 데 따른 결과다. 열악한 시설로 화재 사고 등도 끊이지 않아 입원한 노인들 안전마저도 위협받고 있다.

최근 또 다른 노후 주거 형태로 뜨는 실버타운 입주 역시 평범한 노인들에겐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에 있는 한 실버타운에는 공연장, 골프장, 노래방 등 공동으로 이용하는 문화시설은 물론 물리치료 등 의료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보증금 8억8000만원에 매달 180만~220만원 상당을 지불할 수 있어야 입주가 가능하다.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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