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수백억 세금 폭탄 불보듯

서일범기자 2014. 9. 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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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취득세 감면혜택 20년 만에 종료"자칫 투자기회 놓친다" 반발

올해 정부가 내놓은 지방세 세제개편안에 따라 항공업계가 추가 부담해야 할 납부 세액이 업체당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기를 새로 도입할 때마다 그동안 감면받아 온 취득세를 부담하게 된 데 따른 결과다. 지방정부의 세수 부족을 항공업계를 비롯한 기업들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항공업체는 최근 세제 개편에 따른 부담액 시뮬레이션안과 경영 우려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전달했으며 국토부는 18일 항공업체 재무·회계 임원들을 불러 긴급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2015년 항공업체 취득세 부담 분석안'에 따르면 업계 1위인 대한항공의 경우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에 따른 추가 세 부담이 연간 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법을 보면 사업용 항공기를 도입할 때 각 항공사는 구매가의 2%를 취득세로 물고 취득세의 10%에 대해서는 농어촌특별세를 따로 내야 한다. 다만 정부는 항공업 발전을 위해 지난 1994년부터 취득세를 100% 탕감하는 조세특례제도를 운영해왔다. 항공사가 비행기를 사들여도 취득세는 물지 않도록 해온 것이다.

하지만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세수의 구멍이 더욱 커지자 안전행정부는 최근 세법개정안에서 취득세 감면폭을 50%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20년간 물지 않았던 세금을 내게 된 셈이다. 예를 들어 가격이 4억달러(4,132억) 안팎인 에어버스의 A380을 들여온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까지는 취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90억원가량 세금을 물어야 한다.

정부의 사실상 증세 방침에 항공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주요 경쟁국들은 사업용 항공기에 대해 취득세 및 재산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만 세금 부담이 커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취득세는 부과하지 않고 재산세는 국제선 항공기에 대해 90%를 감면해주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각하지도 않은 세금 이슈가 발생해 당혹스럽다"며 "자칫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 공격적인 투자를 당부하면서 뒤로는 투자금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안행부는 대기업인 항공업체들이 충분한 담세 능력을 갖추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리스(lease) 계약으로 항공기를 들여오는 저가항공사는 이번 취득세 인상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대형 업체만 세를 부담하게 된다"며 "서민 교통수단인 택시나 버스에도 취득세를 물리는데 항공기에 물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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