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하늬가 말하는 '타짜2', 미스코리아 그리고 김태희

김지혜 기자 2014. 9. 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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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이하늬의 손톱에는 화투패가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다. 영화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 감독 강형철)을 홍보하러 온 이 여배우는 네일아트를 통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런 TPO(옷을 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입는 것)라니! 기자는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럼요! (사진 찍기 좋게 손을 가지런히 접어주면서) 사실 언론시사회 날도 이렇게 하고 갔었는데 코디네이터가 "하늬 씨, 의상 콘셉트가 '시크'(Chic)라 이건 안돼요!"라고 해서 지웠어요. 오늘은 전투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다시 이렇게 하고 왔지요. 호호호"

'전투'와 '단두대', 이제 막 스크린에서 피어오른 여배우가 하는 말치고는 다소 살벌했다. 이 영화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사활을 걸고 흥행을 염원하는 것일까 싶기도 했다.

그럴 만도 하다. 스스로 '배우'라고 자부하고 산 세월이 5년을 넘어섰지만, 대중에게 연기자로 각인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강한 존재감을 남긴 활동이 뮤지컬 '시카고', '아가씨와 건달들', '금발이 너무해' 등이었고, 이 작품들은 "어라? 이하늬, 연기 좀 하는데!"라는 인식을 심어준 정도였다.

그런 이하늬에게 '타짜2'는 '인생 영화'라 불릴 만하다. 적어도 이제껏 보여준 활동 중 가장 인상적이다. 젊고 돈많은 과부 '우지현'으로 분한 이하늬는 영화 안에서 고매하지만 상스럽고, 우아하지만 천박한 상반된 매력을 발산했다.

전편에서는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외친 김혜수가 화투판으로 꽃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면, '타짜2'에는 서울대를 나온 미스코리아가 지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요염한 매력을 발산한다.

자신의 이미지를 기꺼이 전복한 이하늬는 최승현, 곽도원과 함께 '타짜2'의 MVP 중 한 명으로 거론될 만하다.

Q.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수위가 좀 약했다. 기대에 비하면.

A. 하하하. (노출쪽으로)기대한 바가 크셨다면 일단 죄송하다.

Q. 영화의 결과물이 기대 이상이었다. 출연한 배우로서 영화를 처음 확인했을때 어땠나?

A. 물론! 일단 시리즈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강형철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최동훈 감독님이 1편을 만들었는데 감히 누가 2편을 하려고 쉽게 마음을 먹었겠나. 그런데 강형철 감독은 '타짜2'를 자신만의 색깔로 완성했다.

Q. '타짜2'의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감히'라는 생각을 한번 쯤은 해봤을 것 같다.

A. 너무 탐났다. 하지만 "감히 내가 이걸 해도 될까"라는 마음이 들었고, 하기로 한 후에는 "나만 잘하면 되겠다"싶었다. 다행히 그동안 연예계 생활 하면서 적잖은 폭풍우를 맞으면서 '내가 뭘 할 수 있는 배우인지', '어떤 땐 총을 쏘고, 활을 쏠지'를 알게 됐다. 그래서 막상 촬영장에서는 겁이 없었던 것 같다.

Q. 처음부터 우 사장 역을 제안 받은 건가?

A. 그렇다. 강형철 감독님을 알게 된 건 영화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의 뒤풀이 자리였다. 이재용 감독님을 통해 처음 인사를 드렸고, 후에 감독님이 내가 하고 있던 뮤지컬 '시카고'를 보러 오셨다. '록시' 역을 연기한 나를 보고 좀 놀랐던 것 같다. 입도 거칠고 행동도 거친 캐릭터라 기존의 제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 작품을 보면서 강 감독님이 나를 새롭게 보신 게 아닐까 싶다. 그 작품을 하기 전까지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고 있었는데 '시카고'를 통해 슬럼프를 벗어났고, '타짜2'까지 할 수 있게 됐다.

Q. 제작단계부터 개봉 후까지 이하늬와 김혜수가 비교됐다.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혹평도 많이 받았고. 대선배와 김혜수와 비교당하는 기분이 어땠나?

A. 나는 정 마담과 우 사장이 이렇게까지 비교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런 반응에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 우 사장만의 색깔을 내기에도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뭔가를 생각하거나 염두에 둘 여유가 없었다. 홍보 활동을 하면서 대중들의 반응을 접했을 때는 '아, 이럴 수도 있구나' 싶었다. 황송할 따름이다.

Q. 이하늬에게는 빨간색이 참 잘 어울린다

A. 빨간색이 잘 어울린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 나도 그 색깔이 좋아지더라.

Q. 정 마담이나 우 사장이나 색깔로 치면 둘 다 레드인데, 우사장이 좀 더 빨간 느낌이다

A. 내가 생각한 것도 그거였다. 우 사장은 장미로 치면 새빨간색, 석류로 치면 여물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난 어렸을 때부터 생김새와 성격이 달라 살아가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20대 때 특히. 이를테면 나는 파스텔 색깔의 옷이 좋은데 어울리는 건 빨강, 검정, 보라색 같은 것이었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니 이게 얼마나 강점일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어느 날 어머니가 "하늬야, 섹시하다는 건 건강하다는 것의 다른 말 같아. 네가 그렇게 할 수 있는것도 한때야. 즐겨"라고 하시더라.

Q. 우 사장은 섹시미와 백치미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순수한 여잔줄 알았더니, 영화를 보고 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이 애매한 캐릭터를 어떻게 그리고자 했나

A. 우지현은 판타지로서 존재하고 싶었다. 첫 대사인 "맨날 내 돈만 따가~~"하는 부분도 진상과 매력이 한 끗 차이를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상스러우면서 우아하고, 천박하면서도 세련된 복합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으로 그리고 싶었다.

Q. 첫 등장부터 상당히 강렬했다. 특히 그 의상의 임팩트는!

A. 그 가죽 드레스, 말도 마라. 그 옷을 두고 감독님과 치열하게 토론했다. 감독님은 우 사장은 의상부터 남달라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약간 야할 수 있지만 천박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첫 등장 장면에서도 붉은 색상의 가죽 드레스여야 한다고 꼭 집어 얘기하셨다. 감독님이 워낙 우 사장 캐릭터를 정확하게 그리고 있었기에 믿고 따랐다. 다행히 최고의 팀들이 날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줬다. 조명 잘 때려줘, 각도 잘 잡아줘 전 그냥 연기에만 몰입하면 됐다.

Q. 대길(최승현)과의 키스 신은 현란한 카메라 워크가 인상적이었다. 트랜지션(장면 전환) 방식의 촬영이 처음이었을 텐데 이 장면의 후일담이 있다면?

A. 그 장면의 배경이 다 세트다. 침대에서 시작해 해변을 거닐고, 다시 집으로 이어지는데 아무리 미장센으로 잘 처리를 한다고 해도 동선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강행군이었다. 그래서 우리 둘이 키스신을 찍으면서 "이거 꼭 출발 드림팀같지 않냐"고 말했었다. 키스신 하나조차도 너무나 강형철스러웠다. 코믹하고 경쾌했다.

Q. 팬티 신의 경우, 애니메이션 기법이 사용될 거란 걸 알고 있었나?

A. 그 애니메이션조차도 시나리오 지문으로 다 쓰여있었다. 그럼에도 어떤 그림일지 상상이 안 되더라. 완성된 장면을 보고 또 한 번 감탄했다. 역시 강형철!

Q. '벗고 치는 신'에 대한 부담은 아무래도 남자배우들보단 여자배우들이 컸을 거 같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데 그 장면에 대한 부담이 여배우들은 몸매를 드러낸다는 것에 대한 것의 지분이 상당히 컸을 듯하다.

A. '타짜2'는 총 5개월간 썼는데, 그 장면을 가장 마지막에 찍었다. 물론 노출 신에 대한 부담은 여배우가 더 크지만, 남자들 또한 노출신을 찍을 때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하더라. 극 중에서 우 사장이 가장 먼저 벗는데. 내가 편하게 해야 다 편하게 벗는다는 생각에 화끈하게 옷을 벗었다. 나라고 왜 수치심이 없었겠나. 하지만 그런 걸 의식한다면 배우는 하면 안 되는 것이니.

Q. 감정신도 그 장면 이후에 집중돼서 몸만들기만큼 심리 연기에 집중했을 것 같다.

A. 마지막 끌려가는 신에서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신에 몰두하다 보니 대본에도 없는 "다 죽여 버릴거야"라고 외치기도 했다. 난 우지현이 안쓰럽고 애처로웠다. 영화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우지현이 팔색조이기 전에 어떤 일을 겪었을까"와 같은 전사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그 촬영 이후 한 3~4일 열병에 시달렸다.

Q. 우 사장은 대길에게 몇 차례나 사랑을 확인한다. 심지어 스스로 배신하고 재회한 후에도. 우사장은 대길을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A. 그렇다고 생각했다. 카사노바가 순간순간 진심으로 상대를 사랑하는 것처럼. 지현은 대길이를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마지막 자존심으로 미나의 손을 뿌리친게 아닐까 싶다.

Q. 대길이 미나를 데리고 우 사장을 만나러 와서 귓속말로 뭔가를 말했다. 무슨 말을 들었길래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일까?

A. 우리도 무척 궁금했다. 특히 나로서는 무슨 말을 들었길래 우 사장이 장동식에게 "그 연놈들을 죽여달라"고 꼬드기게 되는지를 알아야만 했어요. 감독님이 그 얘긴 끝까지 안 해주셨다. 추측하건대 아마도 우 사장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 모욕적인 말을 하지 않았을까.

Q. 이하늬 하면 '엄친딸'로 통한다. 서울대 출신에 미스코리아 타이틀,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가정환경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은 방황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A. 전통 예술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나랑 맞는지도 모르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무용, 가야금, 판소리 등을 배웠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탈을 조금씩 시도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땐 바이올린을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하고, 중학교 땐 춤에 빠져서 백댄서들과도 어울려보고. 이런 나에게 '엄친딸'이란 수식어는 정말 오그라든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정말 센가 보다 싶다. 사실 난 서울대를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평생 (대학입시에)실패했다는 열등감 속에 살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노력했던 것 같다.

Q. 이하늬 평생 최고의 일탈은 연예계 진출이 아닐까 싶다. 미스코리아가 되기 전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으로 있었다고 들었다.

A. 부모님과 거래 아닌 거래가 있었다. 대학교 4학년 때 철학에 꽂혀서 학교를 1년 더 다니겠다고 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대학원을 가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더 이상 간섭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곧바로 YG 오디션을 봤다. 그때만 하더라도 부모님은 "어디 얼마나 가나 두고 보자"하셨던 것 같다. 오전엔 YG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고 오후엔 대학원 수업을 들었다. 수업 마친 후엔 다시 홍대쪽에 와서 연습실에서 춤과 노래 연습을 하고...그런 생활을 1년 정도 했다.

Q. 밤과 낮이 다른 생활을 한 셈인데, 당시 대학 친구들은 이런 걸 다 알고 있었나?

A. 다는 알지 못해도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 연예인의 끼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제안한 것도 (김)태희 언니였다.

Q. 두 사람의 우정은 데뷔 초부터 유명했었다. 김태희가 어떻게 연예계로 이끌었나?

A. 태희 언니는 대학교 스키 동아리에서 만났다. 놀러도 자주 다니면서 빨리 친해졌는데...당시만 하더라도 서울대생들끼리 놀러 가면 노래 부르면서 박수 치는 게 다였다. 그 무리 중에서 내가 튄다 싶을 정도로 잘 노는 것처럼 보였는지 태희 언니가 "하늬야, 나보단 네가 이 일(연예계)을 해야해"라고 하더라.

당시에도 언니는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어서 '서울대 예수님'으로 통했다. 연예계 데뷔를 제안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CF 감독님을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처음엔 "에이, 내가 무슨..."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태희 언니가 나에게 좋은 표본이 됐던 것 같다.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변하거나 잘못된 모습을 봤다면 나도 이 일을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언니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 때에도 심리학 관련 수업으로만 꽉찬 시간표를 만들었다. 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심리학 수업을 듣는다고 하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 언니 진짜 대단하다' 싶었다.

Q. 미인 대회는 어떻게 출전하게 됐나?

A. 어머니가 연습생 생활하시는 걸 지켜보시더니 "평범하게 살 게 아니면 미스코리아 대회에 한번 나가보라"고 하셨다. 미스코리아 대회 영상을 보면서도 "난 못 한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문득 '내가 20년 넘게 음악을 통해 지켜온 한국적인 미(美)라는 것이 대회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지 확인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겼다. 출전 당시 내가 가진 가야금, 판소리와 같은 재능이 큰 힘이 됐다.

Q. '미스코리아 진'라는 타이틀로 일찍 주목받은 것도 있지만, 배우가 된 지금으로써는 헤어나와야 할 굴레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 같다.

A. 미스코리아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다. 그러다 보니 배우로 각인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은 했다. 그래서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듯 바닥부터 연기 생활을 하고자 마음 먹었다. 첫 소속사도 뮤지컬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찾아갔고, 연기를 배우기 위해 TV나 스크린이 아닌 뮤지컬 무대에 먼저 올랐다. 힘든 시절도 꽤 있었지만 그저 오늘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데 만족했었다.

Q. 이하늬에게 미스코리아 수식어는 어떤 의미인가?

A. 친정 같은 느낌이 든다. 난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직도 그 수식어가 조금은 민망하다. 다만 외면의 미보다 내면의 미를 알아주셨으면 할 때가 있다. 겉가죽을 보여주는 걸 앞으로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싶다. 결국, 내면의 것들으 꺼내 대중에게 잘 전달해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년 가까이 연기 활동을 하면서 이제야 "얘한테 이런 면이 있네"하는 것을 대중들이 조금은 알아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

Q. 짧게나마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보니 고집이 세고 소신이 뚜렷한 것 같다.

A. 그런 편 인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니라고 여기는 건 죽어도 못한다. 싫으면 얼굴에 티가 난달까. 내 옷을 입었을 때 비로소 편안함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대중도 속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더 성실하게 연기활동에 임하고 싶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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