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자르고 눈에 멀미약.. 극단적 '軍 기피'

이근평기자 2014. 9. 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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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법 위반 42% 급증.. '인생 낭비' 사고방식 문제

병역 의무를 회피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5년 새 40% 이상 증가하는 등 젊은 세대의 군 기피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병역 면제를 받기 위한 수법은 날이 갈수록 극단적이면서도 지능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 교류 수단 발달로 병역 면제 수법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대학교 휴학생 김모(23) 씨는 인천 중구 한 공원에서 미리 구입한 작두를 이용해 자신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결핵 판정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학업이 늦어진 김 씨는 군 입대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는 생각에 손가락과 병역 의무를 맞바꾸려 했던 것이다.

게다가 3년 전 불의의 사고로 이미 손가락 하나가 절단된 김 씨에게 손가락 한 개가 더 없으면 신체등위 4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큰 유혹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고의로 신체를 훼손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인천지법은 지난 7월 김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일시적으로 체중을 늘리는 등 신체 부위를 비정상적으로 조작하는 꼼수도 많다. 지난 6월 병무청에 적발된 보디빌더 이모(20) 씨는 6개월 동안 70㎏인 체중을 115㎏으로 늘려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매일 1만㎉ 이상의 음식과 헬스보충제를 섭취하는 생활을 6개월간 지속하다 신체검사가 끝난 뒤 다시 5개월 만에 45㎏을 줄여 선수 생활을 계속했다는 게 병무청의 설명이다.

눈에 멀미약을 바르는 황당한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하려 한 남성도 있다. 지난 2010년 3월 이모(28) 씨는 멀미예방약에 포함된 약물을 자신의 눈에 발라 동공에 이상이 생겼다는 이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으려다 적발돼 울산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군 복무가 인생의 낭비로 여겨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군사평론가인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은 "경쟁사회의 극단에서 피로도가 정점에 달한 현재 젊은 세대에게 후진적 문화를 지닌 것처럼 보이는 군대는 피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온라인을 통해 병역을 기피하는 다양한 수법이 개발되고 공유되면서 이 같은 풍조가 더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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