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서 작은 이변 일으킨 '홍콩의 히딩크' 김판곤 감독

김태석 입력 2014. 9. 17. 11:36 수정 2014. 9. 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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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홍콩의 히딩크'가 모국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걸까?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인 홍콩 축구 대표팀 수장 김판곤 감독이 작은 이변을 일으키며 뜻하는 대로 조별 라운드 판세를 이끌어 갈 기회를 잡았다.

지난 15일 저녁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B조 1차전서 홍콩은 중앙아시아 맹주 우즈베키스탄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30분 이고르 세르게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던 홍콩은 5분 뒤 찬쉬콴의 멋진 오른발 강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어 귀중한 승점 1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기실 홍콩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승부였다.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과 B조에 속한 홍콩은 객관적 전력상 조 2위가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조 2위로 16강에 오를 경우 대진상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천명하고 있는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홈팀 한국과 정면충돌하게 된다. 애당초 전력상 아시아 중·하위권인지라 모든 팀들이 다 까다롭겠지만 그래도 한국과 격돌하는 건 홍콩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따라서 우즈베키스탄을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조 1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였을 것이며, 그래서 맞대결을 펼친 1차전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김 감독은 가장 까다로운 적을 상대로 뜻하는 결과를 냈다.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를 상대로 무조건 이길 것이라는 낙관은 오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 1위를 두고 다득점 싸움으로 몰아갈 가능성을 만들었다는 건 홍콩으로서는 상당히 만족스런 결과다.

덕분에 홍콩 축구팬들은 김 감독을 향해 또 한 번 찬사를 보내는 분위기다. 2009년 홍콩 A대표팀 지휘봉을 처음 잡은 김 감독은 2011시즌 K리그 클래식 경남 FC 수석 코치로 잠시 자리했을 때를 제외하면 꾸준히 홍콩 축구 수장으로서 활약해 왔다. 제법 눈길을 끄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09 홍콩 동아시아 대회 남자 축구 부문에서 놀랍게도 한국, 일본, 중국, 북한 등 동아시아 축구계 강자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에는 북한을 밀어내고 일본에서 벌어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컵 본선에 팀을 올리기도 했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지역 예선에서 탈락하기는 했어도 원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비기는 등 제법 인상 깊은 성과를 냈다. 이 때문에 홍콩축구협회(HKFA)는 김 감독에게 A대표팀은 물론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 대한 지휘권을 맡겼다. 23세 이하 대표팀이 참가할 수 있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모습을 비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상 홍콩 축구의 대부로 군림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를 비롯한 홍콩 언론은 김 감독이 이끄는 홍콩이 조 1위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51위에 올라 있는 강호다. 반면 우리는 160위다. 수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에 다소 미안하긴 해도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라며 우즈베키스탄전을 돌아본 후, "남은 두 경기에서 이겨 조 1위로 조별 라운드를 마치겠다"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홍콩에서 제법 놀라운 결과를 내고 있다는 풍문만 고국에 전했던 김 감독이 인천에서도 자신의 마법사 기질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약 우즈베키스탄을 밀어내고 조 1위를 차지한다면, 이란을 4-1로 대파한 베트남의 대승과 더불어 가장 주목할 만한 이변이 될 것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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