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기획] 남편은 아내와 놀고 싶지만 아내는 자녀와 유대.. 은퇴부부 동상이몽

천지우 기자 2014. 9. 17. 07: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 키우고 직장 다니느라 정신없다가 자녀가 취업이나 결혼으로 독립하면 '빈 둥지'에 남게 된 부부는 갑자기 늘어난 둘만의 시간에 적응을 못해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다. 은퇴 후 인간관계 폭이 급격히 좁아진 남편은 아내에게 많이 의존하려 하지만 아내는 자녀와의 유대가 훨씬 강하고 남편은 뒷전이다.

최근 발간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은퇴백서에 나타난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다. 비(非)은퇴자 1782명과 은퇴자 518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은퇴백서를 보면 빈둥지기(期) 부부의 파트너십이 전체 생애주기에서 가장 취약해 결혼만족도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 각자의 역할에 몰입해오다 갑자기 공유하는 시간이 늘게 된 부부가 정서적인 유대와 일상의 공유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남편은 은퇴 후 아내와 놀고 싶어 하나 아내는 자녀와 친구를 남편보다 편하게 여긴다. 노년기 여가생활을 함께할 사람으로 남자는 배우자(57.9%)를 가장 많이 꼽았지만 여자는 자녀(73.9%)나 친구(62.3%)를 선호했다.

은퇴 후 가장 친밀하다고 느끼는 대상도 남자는 배우자(61.7%)를 든 반면 여자는 자녀(37.5%)라고 답했다. 또 자신이 아플 때 간병해줄 사람으로 남자는 아내(63.2%)를 원하지만 여자는 자녀(32.1%)나 전문 간병인(30.1%)을 남편(21.8%)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가 최근 시니어 노후준비 실태를 조사하면서 2012년 일본에서 이뤄진 비슷한 조사 결과와 비교해봤더니 남편에 대한 불만·거리감에 있어선 일본 시니어 여성이 한국 여성보다 한술 더 떴다.

은퇴 후 가장 큰 스트레스 원인으로 한국 여성은 질병(40.9%)을 꼽은 반면 일본 여성은 남편(34%)이라고 답했다. 또 "은퇴 후 누구와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한국 남녀와 일본 남성은 배우자를 1순위로 들었지만 일본 여성의 경우 혼자 지내고 싶다는 응답이 34%로 가장 많았다.

삼성생명 은퇴백서에 따르면 노부모 간병에 관한 의식에서도 남녀 차이가 두드러졌다. 시부모 간병 방식으로 며느리는 '요양시설에 모시기'(42.7%)가 1순위인 반면 아들은 며느리에 비해 '직접 모시고 수발하기'(28.0%)를 선호했다. 다만 친정부모 간병에 관해선 사위와 딸의 응답에 큰 차이가 없었다. 아내 부모보다 남편 부모의 간병 상황이 발생할 때 상당수 부부가 간병 방식에 대한 견해차로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노부모에 대한 신체적 돌봄은 기혼 자녀보다 싱글 자녀(비혼·이혼·사별자)가 더 많이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혼 자녀보다 비혼 자녀가 노부모 간병을 직접 맡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삼성생명 박기출 은퇴연구소장은 "부모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배우자가 없는 싱글 자녀가 부모 돌봄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