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원료값 내렸는데 제품價 인하 없어.. 독과점 지위 악용한 식음료사의 배짱

정성진 기자 2014. 9. 1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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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UN FAO)가 매월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指數)가 최근 5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올 8월 지수는 196.5로 2010년 9월 이후 가장 낮습니다. 식량가격지수는 곡물·우유제품·육류·설탕 같은 23개 품목의 국제 가격을 지수화한 것인데, 국제 밀 가격은 작년보다 20%, 옥수수 가격은 30% 넘게 각각 떨어졌습니다.

이 덕분에 국내 식음료 업체들은 요즘 신바람이 났습니다. 원재료 비용이 감소하는 데다 지난해 6월 114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도 지금은 1000원대로 떨어져 이익이 절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주가 추이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올 들어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1.6% 상승에 그쳤지만 식음료 업체 주가로 구성된 음식료지수는 20% 넘게 올랐습니다.

더구나 롯데제과·롯데칠성·CJ제일제당·오리온 등 주요 식음료 기업들은 작년 가을부터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린 상태입니다. 제품 가격을 올린 뒤 국제 원료값이 떨어졌으니 업체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입니다. 일부 기업은 '표정 관리 하느라 힘들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로선 씁쓸할 뿐입니다. 식음료 업체들이 가격 인상의 이유로 꼽았던 원료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제품 가격을 내리는 업체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식음료 기업들이 자기 멋대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국내 식음료 시장이 소수 업체가 지배하는 독과점(獨寡占) 구조인 탓입니다. 제품 공급자가 한정돼 있으니 식음료 업체들이 치열한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일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이들은 가격을 올릴 때 정부가 누르거나 언론이 문제점을 지적하면, '시장 원리' 또는 '기업 활동의 자유'를 들먹입니다. 하지만 원료 가격 하락에도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은 이미 경쟁이라는 시장 원리가 작동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정부 등 외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식음료 업체들 스스로 외부의 규제를 부르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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