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法' 침묵 깬 朴대통령, 民生카드로 국회 압박

최재혁 기자 입력 2014. 9. 17. 03:02 수정 2014. 9. 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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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논란과는 거리를 둬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초강수'를 선택했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수사권·기소권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세월호특별법 합의 파기로 인한 '국회 마비 사태'와 관련해서는 "의회 민주주의 근간의 훼손"이란 표현을 써가며 야당을 비판했다. 대통령이 세월호특별법의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또 야당을 직접 공격함으로써 타협의 공간이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세월호특별법 2차 합의안이 유가족들의 반대로 불발된 이후, 한 달 가까이 세월호의 '세'자도 꺼내지 않았다.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라는 자세를 유지해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자,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본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제가 조금 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는데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아 재정 투입이 늦춰지는 것도 답답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시급한 민생 법안들이 전혀 심의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가안전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한 정부조직법,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 경제 살리기 법안들도 묶여 있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 발언에는 '세월호특별법 논란'이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특별법도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외부 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외부 세력과 야당 내 강경파가 세월호 유족들을 통해 정권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박 대통령도 비슷한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 역시 야당을 겨냥한 것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을 둘러싼 루머를 거론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초강수에도 당장 국회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것이 오히려 야권의 결집을 촉발, 결과적으로 '민생 법안'이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실제 이날 야당의 반응은 격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순수한 유가족'과 '외부 세력'이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유가족을 폄하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말았다"고 했다. 또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그동안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세비(歲費) 반납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10월 유신으로 국회를 해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늘한 기운이 여의도까지 느껴진다"며 "박 대통령의 국회 관련 발언은 정치의 금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간의 청와대 긴급회동이 이날 오후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마음이 답답해서 부탁을 드리려고 오늘 뵙고자 했다"면서 "이런 상황이면 여당이라도 나서서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지만 청와대는 이 장면을 공개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민생' 대 '세월호'의 구도에서는 야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한 측근은 "오늘 대통령은 '민생'과 '세월호' 중에서 어느 것이 시급한지를 국민에게 선택하라고 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민생 카드'로 여론을 이끌면서 야당을 압박하고 정면 돌파하고자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만 '국민'이란 단어를 24번 사용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마치 야당을 고사시키려는 기세인데 타협의 여지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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