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약속 헌신짝.. 진상 규명 의지도 없어"

안아람 채지선 2014. 9. 1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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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담화 발표 땐 눈물 보이더니 지방선거·재보선 이기니 태도 돌변

정부 비리 드러날까 두려운 것" 유가족·시민단체 등 강력 반발

김병권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권 및 기소권을 부여해 달라는 유족 주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권 및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유가족 등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히자,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즉각 반발했다. 5월 16일 청와대에서 눈물을 내비치며 유가족을 면담한 박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과 특검 수용'을 전격적으로 밝히고 사흘 뒤 세월호 담화문을 발표해 정치권의 특별법 논의에 물꼬를 텄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이날 지방선거와 재보선 승리 이후 확 달라진 기류의 입장 표명에 유가족의 충격은 더 커 보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과 국회가 유가족들의 바람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검토 등을 통해 수사권 및 기소권 부여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확인됐는데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진상규명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가족대책위의 판단이다. 가족대책위는 "여당과 가진 면담에서 청와대에 대한 공세가 두려워 수사권 및 기소권을 진상조사위에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번 발언의 정치적 배경을 의심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도 터져 나왔다. 가족대책위는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세비를 반납하라"는 박 대통령의 말을 거론하면서 "국민들에게 한 '무한한 책임'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족대책위는 그러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태 달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도 날을 세워 박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이 결단할 사안이 아니라고 거부한 것은 스스로 정부 수반이 아니라고 한 것과 같다"면서 "오늘 대통령의 발언은 여야의 특별법 합의안을 반복한 것으로, 새누리당의 협상 선택폭마저 제한해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정책기획팀장은 "국민과 유가족을 절망하게 한 후안무치이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나를 포함해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말하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노숙 중인 유가족들을 다시 만나라"고 요구했다.

회사원 이연임(47)씨는 "(4개월 전)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정부의) 총체적 비리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시민들이 이런 정부의 태도에 편승해 '나라에서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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