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는 게 유리한 이상한 스마트폰 보험

입력 2014. 9. 16. 20:20 수정 2014. 9. 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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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6월 출시된 'KT 안심 플랜 시즌2'

월 4700원에 가입 16달 뒤 분실 땐

출고가 80% 현금 포인트로 보상

24달 유지 땐 3만원어치만 돌려줘

보험사-통신사 '합작' 규제 피해가업계가 '도덕적 해이 유발' 우려"보험사 손해 늘면 소비자 손해"

케이티(KT)가 새로 내놓은 스마트폰 분실보험이 스마트폰을 분실하는 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유리하도록 설계돼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티는 지난 6월부터 동부화재·현대해상과 손잡고 '올레폰 안심플랜 시즌2'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분실보험을 판매중이다. 이 보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경우 가입자가 원하는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보험의 주력상품은 월 4700원짜리 프리미엄 서비스다. 이 상품에 가입한 지 16개월이 지난 뒤에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가입자는 원래 사용하던 스마트폰 출고가(분실 당시 시점 출고가)의 80%를 케이티 대리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받을 수 있다. 약간의 차액을 부담하면 이 포인트를 이용해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분실보험이나 다른 통신사들의 분실보험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다른 보험들은 휴대전화를 분실할 경우 원래 사용하던 것과 같은 기종 또는 동급 기종으로 현물교환만 해준다.

더욱이 '올레폰 안심플랜 시즌2'는 휴대전화를 분실한 가입자가 그렇지 않은 가입자보다 훨씬 큰 이득을 얻는다고 볼 여지가 크다. 매달 4700원씩 계약 만료 시점인 24개월까지 모두 11만2800원을 보험료로 낸 가입자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리지 않으면 3만원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돌려받는다. 24개월 뒤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 3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보험 가입 16개월 뒤에 출고가 85만원짜리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가입자는 약 50만원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허위분실 신고를 하고 기존 스마트폰을 중고시장이나 부품시장에 판다면 거의 공짜로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설득력이 높은 이유는 2년 전의 경험 때문이다. 2012년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고 허위로 신고한 뒤 분실보험으로 받은 현금성 포인트를 이용해 최신 휴대전화로 갈아타는 일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일부 보험사의 손해율이 300%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휴대전화 분실보험 약관을 표준화하면서, 분실 휴대전화와 똑같은 기기 또는 동급 기기로만 보상하도록 정했다.

하지만 케이티의 '올레폰 안심플랜 시즌2'는 보험사와 통신사의 역할을 교묘하게 나누는 방법으로 이 규제를 피해갔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분실 휴대전화와 똑같은 기기로 보상하고, 케이티가 이 기기를 현물로 매입한 뒤 가입자에게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하는 형식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보험약관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이 상품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험사가 부담하는 손해율 한도(로스캡)를 120%로 제한하긴 했지만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케이티의 이전 스마트폰 분실보험에 참여했던 일부 보험사들조차 '올레폰 안심플랜 시즌2'에서 손을 뗀 상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과 2년 전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손해율이 높았다. 그동안 각 보험사가 노력해서 보장 내용을 조정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그런데 동부화재가 케이티의 제안에 응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동부화재가 하니까 현대해상도 따라 들어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다시 손해율이 높아지고 결국 보험료가 올라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방준호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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