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매업계 불황이 예사롭지 않은 4가지 이유

이용성 기자 2014. 9. 1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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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살 깎아먹기 할인 경쟁에 소비환경 변화도 한 몫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주요 소매업체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미국 경제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22일 발행 예정인 최신호 기사에서 연 매출 2790억달러(290조원)의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지난 2분기를 포함 7분기 연속으로 매장 방문자 수가 감소하는 등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매장 면적당 판매액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애플조차 동일 매장 판매가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9월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다. 더구나 10월의 할로윈 축제로 시작해 11월 추수감사절과 12월 크리스마스를 지나 새해까지 이어지는 대목을 앞두고 전통적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때다.

이에 대해 포천은 미국인들의 쇼핑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등에 업고 언제까지나 호황을 누릴 것처럼 보이던 대형 소매업체들이 불황에 빠뜨린 4가지 이유를 해결책과 함께 제시했다.

① 제살깎아먹기 할인 경쟁

언제부턴가 미국 백화점과 대형 유통매장에서 할인 행사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소매 관련 연구를 이끄는 마크 코헨 교수는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매장마다 수익을 내는 것은 고사하고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물건을 더 많이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몇 년 사이 온라인 거래가 보편화 되면서 소매업체의 가격 인하 부담은 전에 없이 커졌다.

2012년 당시 대형 소매업체 JC페니의 최고경영자(CEO) 론 존슨이 그랬던 것처럼 '상시 할인'의 꼬리표를 떼고 좋은 물건을 제 가격에 팔기 위한 노력은 감당하기 어려운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시 존슨은 JC페니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72%가 50% 이하로 할인된 가격에 팔린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할인 행사를 중단했지만 그해 43억달러의 매출 감소라는 처참한 실패를 맛본 채 이듬해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JC페니의 할인행사 중단 소식을 접한 메이시와 콜 등 경쟁사들은 오히려 할인행사에 더욱 집착했기 때문이다.

② 지나치게 넓은 쇼핑 공간

미국에서 면적이 5만 제곱피트(약 4600㎡)가 넘는 대형 쇼핑센터의 수는 지난 30년간 두 배로 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인 1인당 쇼핑 공간도 52.4제곱피트로 독일(16.4ft2)의 세 배가 넘을 정도로 커졌다.

2008년 미국 건자재 유통업체 홈디포의 당시 CEO였던 프랭크 블레이크는 쇼핑 공간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새로운 점포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스다코타주를 비롯해 경제적인 이유로 인구가 늘어난 일부 지역은 예외로 했다.

그는 새로운 점포를 포기하는 대신 기존 매장의 시설을 개선하고 온라인 판매망을 정비하는데 투자했다. 당시 업계 전문가와 직원 대부분은 이러한 결정에 우려를 표했지만 블레이크가 CEO로 재직한 7년간 홈디포의 주가가 두 배 오르는 등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③ 여전히 냉랭한 체감경기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회복 효과가 모두에게 동일하게 느껴지는 건 아니다. 미국의 상위 5% 소득층은 1967년에서 2012년 사이에 실질 소득이 88% 증가했지만 하위 20%는 19.5% 느는데 그쳤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 등 고가의 제품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면서 중산층의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 비용으로 매달 적잖은 돈을 쓰다 보니 자연히 다른 부분의 지출은 줄 수밖에 없다는 것.

포천은 "소비심리의 변화 폭이 큰 요즘 같은 시기에 소매점들은 가격이나 편리성,독특한 제품이나 쇼핑 경험 중 최소한 하나의 확실한 매력요인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④ 소비 환경의 변화

미국의 전자상거래 전문 리서치 업체 e마케터는 최근 조사에서 2018년 미국의 전자상거래 매출은 지난해 대비 61% 늘어 491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우선 온라인이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가격을 비교한 후 필요한 경우 구입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 '충동구매'의 여지가 줄어든 것도 소매점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포천은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소매업체들은 앞다퉈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미국 전역에 3300여 매장을 거느린 월마트의 경우 온라인 부문의 매출이 아마존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810개 매장을 운영 중인 메이시도 온라인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은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소매업체들은 소비자들이 매장 방문을 통해 체감할 수 있는 쇼핑의 재미를 극대화 시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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