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상경계' 취업보증 옛말..삼성·LG 5명중 4명이 이공계

2014. 9. 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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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환경 악화에 '특기' 없는 인문계 외면공대생은 2~3학년때 장학금 주며 입도선매융합형 인재 필요한데 이공계만 우대 우려

◆ 벼랑 끝에 몰린 문과 취업 / 대기업 '이공계 우대·인문계 홀대' 갈수록 심각 ◆

서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B씨(25)는 얼마 전 취업박람회를 찾았지만 금세 자리를 떠야 했다.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들의 경우 기획ㆍ마케팅 등 문과 계열 전공자들이 지원할 수 있는 직군은 채용 자체가 없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문계 출신에게 개방된 기업도 직군별로 한 자릿수 채용에 그치는 곳이 부지기수다. B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경계 군필남'이면 취업은 문제없었는데 이제는 전혀 아니다"며 한숨을 쉬었다. B씨는 "취업 걱정 없다는 공대에는 대기업이 2~3학년 때 장학금을 줘 가며 입도선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공대 선호도 탓에 오히려 지방대가 더 대접받는 경우도 많다. 올해 초 여러 대기업에 합격한 후 대형 정유사에 입사한 C씨(26)는 충청지역 대학 공대를 나왔다. 그는 "나보다 훨씬 좋은 대학을 간 친구들도 취직이 안 돼 몇 년째 취업 준비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 채용시장에서 이미 인문계는 '찬밥'이다. 최근 들어 '이공계 우대-인문계 홀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제조업 비중이 높을수록 이공계 채용 비중이 현저히 높다. 연구개발과 생산인력이 더 필요한 업종 특성도 있지만 인문계 출신이 주로 배치되는 관리직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별다른 '특기'가 없는 인문계 출신을 최소화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성장할 때,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기에는 인문학 소양이 필요하지만 수익이 감소하거나 당장 성과가 필요할 때는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 대졸 공채에서 85%를 이공계로 채웠다. 인문계는 15%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내부 인력 수요를 조사한 결과 각 사업장 개발 기획 마케팅 등 대부분 직군에서 이공계 출신을 희망했다. 인문계 출신을 필요로 하는 곳은 본사 경영지원실 소속 재무 인사 홍보 등 일부 직군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이 악화되면서 본사 경영지원실 소속 인력 15%를 각 사업장으로 이동 배치했다. 삼성그룹은 오는 22일부터 하반기 대졸공채 응시원서 접수를 시작한다.4000여 명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인문계 출신 선발은 10% 남짓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부터 이공계는 공채로, 인문계는 상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사실상 인문계는 경력직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친환경차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을 뽑다 보니 이공계 선호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고 밝혔다.

LG그룹 역시 계열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이공계 비중이 80%를 넘었다. LG전자 각 사업부의 경우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판매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이는 해당 분야 전공자인 이공계 출신을 쓸 수밖에 없다.

취업시장 이공계 '쏠림 현상'에 대해 정부는 물론 기업과 대학이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인문계 전공자가 주는 가치는 이공계에 비해 덜 즉각적이고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이 취업 준비기관이 돼서는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 산업 수요를 좀 더 반영해서 정원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국가들은 소프트웨어 쪽이 강해 인문사회학적 콘텐츠 기업이 많다"며 "한국은 아직 하드웨어가 강한 국가지만 점점 구조를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ㆍ이과라는 구분 때문에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와 취업자가 바라는 기업군이 미스매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문ㆍ이과 융합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명환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문ㆍ이과 통합교육은 학생의 선택 자율권이라는 미명하에 기초과학교육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제대로 된 통합교육은 우리나라 미래 모습에 근거한 인재상 정립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승 기자 / 윤원섭 기자 / 정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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