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책회의 "박 대통령 발언은 후안무치"

입력 2014. 9. 16. 16:30 수정 2014. 9. 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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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진상 규명 요구를 매도하고 되레 화를 내는 적반하장식 태도"

경실련 "세월호 참사 해결 의지가 없음을 만천하에 천명한 것"

박 대통령 "수사권·기소권 주는 일,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유가족들의 수사권과 기소권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안'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데 대해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 대책 회의'(국민 대책회의)는 성명을 내어 "국회 파행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국민들과 유가족들을 절망하게 하는 후안무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 대책회의는 "대통령은 '순수한 유가족의 마음', '외부 세력의 정치적 이용'을 운운하며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진상 규명 요구를 악의적으로 매도하고,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며 유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도리어 화를 내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국민 대책회의는 "(대통령이) 여당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국회의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오히려 삼권분립을 훼손하게 됐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어려운 이유는 새누리당이 대통령을 지키려고 되지 않는 이유로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책회의는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국회를 비난하거나 국민을 분열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포함해 성역 없이 수사하고 조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말하고,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한달 여 노숙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논평을 내어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만천하에 천명한 것이며, 유가족에게 대통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조차 의문시하게 만드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또 "박 대통령이 민생과 상관없는 법안을 두고 법안 통과를 운운하고, 야당과 유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정략적 발언으로 국론 분열을 조장하며 수사권 기소권이 보장되는 특별법 제정을 계속 거부한다면, 박 대통령은 임기 내내 거센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도 박 대통령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영근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과 유가족, 그리고 야당을 '일부'라고 부르는 대통령의 인식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총체적 무능함을 드러내고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보여준 또 한 번의 실망스런 모습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금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하지만,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며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여야간에 이뤄진 2차 특별법 합의에 대해서도 "이번 여야의 2차 합의안은 여당이 추천할 수 있는 2명의 특검 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의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다음은 '세월호 참사 국민 대책 회의'의 성명서 전문이다.

국민과 유가족을 절망하게 하는 후안무치

새누리당에 가이드라인 줘 오히려 삼권분립 훼손

1.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9/16)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하여 사법체계 훼손을 운운하며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세월호 유가족이 40일 넘게 단식을 해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26일째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해도 대통령은 귀를 막고 입을 닫고 있었다. 국회의 파행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약속을 지켜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국민들과 유가족들을 절망하게 하는 후안무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정면으로 거부한 대통령의 오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

2.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라면서도, 핵심 쟁점에 대해 입장을 밝히며 여당에게 사실상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진상조사위에 대한 수사-기소권 부여 문제를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며 거부했고, 유족에 의해 거부되어 무산된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안을 "여당의 마지막 결단"이라며 강조했으며, "이미 많이 만났다"며 청와대 앞에서 거리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족들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심지어 대통령은 "순수한 유가족의 마음", "외부세력의 정치적 이용"을 운운하며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악의적으로 매도하고,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며 유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도리어 화를 내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3.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하자는 것, 그에 걸맞는 제도적 뒷받침을 해달라는 게 그렇게 두려운 일인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총체적 무능을 보여준 행정부와 권력기관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공인된 국민적 합의다. 이러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유가족들과 국민들은 권력을 가진 기관을 수사하기 위해서 독립적인 수사와 기소가 가능한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체계 운운발언은 독립적 수사와 기소를 거부하는 말장난일 뿐이다. 독립적인 수사와 기소가 불가능하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참사의 책임이 있는 권력기관이 스스로를 수사하고 조사할 것이고, 결국 일선 관계자 몇몇에 대한 '꼬리자르기'로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4.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이며, 자식과 가족을 잃고 진상규명을 위해 거리에서 노숙하고 있는 유족들을 '순수하지 않은 집단'으로 매도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여당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국회의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오히려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어려운 이유는 새누리당의 대통령을 지키려고 되지 않는 이유로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지금 해야할 일은 국회를 비난하거나 국민을 분열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포함해 성역 없이 수사하고 조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말하고,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한달 여 노숙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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