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검찰은 왜 '원세훈 항소'를 미적거리나?"

2014. 9. 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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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선거법 무죄나자 마자 항소한다고 했으면 청와대 기분나빠 했을 것"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공직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국정원법 위반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다퉈보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은 아직도 항소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내일쯤 항소여부를 결정하겠지만 검찰 누구도 '항소를 한다'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는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다만 "내일 항소여부를 확정할 것"이라는 말과 "순리대로 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찰은 왜 원세훈 항소 미적거리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권영철의 와이뉴스 전체듣기]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항소했는데 검찰은 항소하는 거냐?

= 검찰의 공식입장은 아직도 '미정'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여부에 대해 검찰 관계자들은 애매하거나 모호한 답변만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요일(내일)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라면서 "내부 논의와 결정과정이 있으니까 그게 마무리되면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다른 검찰의 고위관계자도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달라"라고 말했다.

오는 18일까지 항소여부를 결정해야 하니까 늦어도 내일은 검찰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항소를 안 할 가능성도 있나?

= 가능성이야 항상 반반이다. 검찰 관계자도 "내부 결정과정이 끝나봐야 항소를 한다. 안한다 얘기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검찰 내부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체적인 의견이 "항소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거나, "항소를 안 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는 반응들이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순리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상식에 따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항소여부를 취재하면서 느낀 건 검찰 관계자들이 "항소를 할 것이다" 아니면 "안 할 것이다"는 언급을 하는 자체를 대단히 조심스러워 한다는 점이었다. 통상 항소여부를 묻는 질문을 하면 "기다려봐라"거나, "상식에 따라 할 거다"거나, "순리대로 할 거다"는 정도의 얘기를 하는데 그 조차도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금기시 한다는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다.

▶ 모호한데 항소를 한다는 것이냐 안 한다는 것이냐?

= 결론적으로는 항소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 왜냐하면 검찰이 기소를 한 뒤 무죄가 났다고 항소를 포기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경우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은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자 서울고검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상고를 결정하기도 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었지만 항소에 이어서 상고를 했기 때문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역시 항소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에 관여했던 검찰관계자들도 "항소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늦어도 모레 18일까지는 항소를 해야 하니까 내일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서 항소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국정원 직원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확정된다.

원세훈 전 원장이 항소를 했으니까 국정원 위반여부만 항소심에서 다투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노골적으로 원세훈 전 원장을 봐줬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한 중견 검사는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더 웃기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검찰은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기소한 건 검찰의 판단에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검찰은 기소유예를 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이 민주당에서 제기한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공소제기를 명령한데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 검찰이 항소 하는 걸 왜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냐?

= 일종의 학습효과로 본다. 검찰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뜬금없는 혼외자 논란으로 총장직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또 항명파동까지 겪으면서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다. 그러다보니 조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일종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자마자 검찰이 항소하겠다고 나섰다면 청와대에서 기분 나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관계자는 "고심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면서 "항소여부는 일주일 내에 결정하면 되니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그만큼 신중하게 처신하는 건 청와대의 입장을 감안한 것이라는 얘기다. 일종의 심기관리차원 다른 말로 하자면 청와대 눈치보기 차원이라는 얘기다.

사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이미 수사당시부터 문제가 됐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사퇴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 때문에 사실상 쫓겨났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선거법 적용에 결사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아직도 건재하다. 그러니 검찰로서는 조심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검찰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형사사건의 경우 항소여부는 7일이 임박해서 결정한다"면서 "얼마 전 간첩사건 무죄가 났을 경우 곧바로 항소 입장을 밝힌 그게 이례적인 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순리대로 가고 있는데 언론이 앞서서 이런 저런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는 얘기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경우도 6일 1심에서 무죄가 나자 6일 뒤인 12일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전례가 있다.

▶ 문제는 검찰이 항소하는데도 이렇게 미온적인데 항소를 하더라도 공소유지가 제대로 될까?

= 사실 그런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항소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청와대의 눈치를 살필 정도라면 항소를 하더라도 무늬만 항소를 항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심 재판에서도 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한 공소유지를 제대로 했을지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심 판결문에 "피고인의 행위(원세훈과 국정원 심리전단의 정치개입)가 '선거 또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한다"는 표현이 있다. 이는 검찰이 적용한 선거법 85조(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86조(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 위반 가능성은 남겨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검찰이 항소를 하면서 선거법 86조까지 추가로 적용해서 항소하느냐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양형에 대해서도 항소를 할 것인지 여부도 중요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고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 위법 정도에 비해 가볍다는 법조계의 분석이 있는 만큼 검찰이 항소심에서 양형을 두고도 다툴 의지가 있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를 주도한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들이 계속해서 공판을 맡게 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 시민단체들도 검찰의 항소를 촉구하고 나섰는데?

= 참여연대 등 18개 시민단체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의 항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항소촉구서를 제출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음에도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사법정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검찰 지휘부가 법무부나 청와대 의중을 고려해 항소를 포기한다면 법원뿐 아니라 검찰도 사법정의를 훼손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운동이 원 전 원장의 지시라고 보기에는 확실치 않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는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상명하복이 명백한 국정원 조직에서 직원 개개인이 멋대로 선거운동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도 15일 국회 브리핑에서 ""검찰이 아직까지 항소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면서 "검찰이 항소를 통해 1심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유기홍 수석 대변인은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요원들이 국정원법, 공직선거법,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하고 대선개입을 한 것에 대해서도 법의 심판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국기문란,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법의 심판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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