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못하는 이유, '얼굴 탓' 아니었네

변진경 기자 입력 2014. 9. 16. 08:27 수정 2014. 9. 1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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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과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으로 깊은 근심거리가 되면서 그간 '만혼'이나 젊은 부부의 출산 기피 현상에 관해서는 많은 통계와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남녀가 결혼해서 2세를 만들기 위한 선행조건인 '이성교제'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성호 부연구위원(37·사진)은 지난 7월 '최근 미혼 인구의 특성과 동향:이성교제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혼 남녀의 낮은 소득과 불안정한 고용이 '삼포 세대'의 첫 단계, '연애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세간의 추측을 통계로 입증했다.

이 주제를 연구하기로 한 배경이 궁금하다.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저출산·여성 노동 쪽 연구를 많이 했는데, 출산까지 이어지려면 이성교제가 시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출산이 국가적 어젠다가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예상 자녀 수)은 바닥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합계출산율 계산에는 '미혼 인구'가 변수로 들어간다.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애초 청춘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는 것부터 문제인 것이다. 지금은 부부를 대상으로 주로 정책을 펼치는데, 중요한 건 그 이전 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요인들을 찾아보았다.

ⓒ시사IN 윤무영

연구 결과 의외였던 부분이 있나?

대부분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면 이성교제가 어렵다는 기존 추측과 일치되는 쪽으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한 가지 의외였던 부분은 '근무시간'에 관한 것이다. 근무시간이 너무 길면 여가시간이 짧아져 이성교제가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근무시간이 긴 경우에도 이성교제 비율이 그리 떨어지지 않았다. 의외일 수도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근무시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높아진다는 것이니 결국 여성의 근무시간 조건이 '정규직' 혹은 '소득'의 대리변수라 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남성도 여성의 경제적 조건을 보게 됐다는 증거가 아닐까.

정책에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까?

이성교제는 결혼이나 출산처럼 국가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쓰기는 힘들다. 사실 결혼이나 출산도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인데, 이성교제는 더더욱 그렇다. 대안은 결국 고용 문제로 풀 수밖에 없다. 최근 고용 정책을 보면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젊은 미혼 세대가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며 미래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보장되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둬야 한다.

변진경 기자 /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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