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자살 부른 조직적인 태권도 승부조작 확인(종합)

입력 2014. 9. 15. 15:45 수정 2014. 9. 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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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 모르는 점조직 방식..서울태권도협 전무 등 적발 시합 앞서다 경고 7번 내리 받아 역전패한 선수 부친 자살

'윗선' 모르는 점조직 방식…서울태권도협 전무 등 적발

시합 앞서다 경고 7번 내리 받아 역전패한 선수 부친 자살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넌 진짜 나쁜X이다. 내가 얼마나 힘이 없었으면 당했느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작년 5월 2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모(당시 47세)씨는 태권도 시합에 나간 아들이 석연찮은 판정으로 역전패하자 심판 최모(47)씨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는 유서를 남겼다.

보름전 전국체전 태권도 고등부 서울시대표 3차 선발전에 참가한 전씨 아들은 5대 1로 시합을 이기고 있다가 경기 종료 50초 전부터 심판 최씨로부터 경고를 내리 7번이나 받으며 크게 흔들려 결국 7대 8로 역전패했다.

하지만 전씨는 최씨가 단순한 '하수인'이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전씨의 자살을 계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그날 경기에서 서울시 태권도협회 전무가 연루된 조직적인 승부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수사 결과 승부조작은 상대 선수 아버지인 지방의 모 대학 태권도학과 교수 최모(48)씨가 중·고교·대학 후배인 모 중학교 태권도 감독 송모(45)씨에게 "아들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입상 실적을 만들어달라"고 청탁하면서 시작됐다.

청탁은 다시 송씨의 고교 선배인 서울시 태권도협회 김모(45) 전무로 이어졌고 김 전무의 승부 조작 지시는 협회 기술심의회 의장 김모(62)씨, 협회 심판위원장 노모(53)씨, 협회 심판부위원장인 최모(49)씨를 거쳐 문제의 심판인 최씨에게 내려갔다.

청탁은 철저한 점조직 방식으로 진행돼 심판 최씨는 가장 윗선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승부조작 지시는 태권도계에서는 '오다'(명령을 뜻하는 'Order'의 잘못된 표현)라 불릴 정도로 만연하다고 심판들은 털어놨다.

태권도에 전자호구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심판이 선수에게 경고를 주는 방식으로 오다를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고를 두번 받으면 상대방 선수에게 1점이 주어진다.

협회는 매년 상임심판 100여명을 선정해 놓고 심판위원장이 심판 배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일당 6만∼8만원을 벌려고 시합에 불려나가는 심판들 입장에서는 이런 '오다'를 무시했다가는 어느 순간 심판에서 제외될 수 있어 소신 판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편파 판정의 대가로 돈이 오간 흔적은 이번 수사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폐쇄적인 태권도계의 특성상 학연 때문에 승부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살한 전씨 아들은 최근 모 대학 태권도학과 수시전형에 합격했지만 편파 판정과 아버지의 자살 등으로 받은 충격으로 지금도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시합에서 이겼던 최모 군은 최종 선발전에서 떨어져 올해 아버지가 있는 대학의 태권도학과에 입학했다.

경찰은 승부조작을 주도한 협회 전무 김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심판 최씨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협회가 2009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허위로 활동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40명의 임원에게 협회비 11억원을 부당지급한 사실을 밝혀내고 협회장 임모(61)씨 등 11명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입건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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