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의 눈부시게 빛나는 찰나

2014. 9. 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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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나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을 해요. 그래야 후회가 없거든요." 심장이 뛰는 순간을 믿고 직관대로 행동하는 여배우 탕웨이. 그녀가 서른여섯에 이뤄낸 소소한 삶의 지혜와 눈부신 성취에 대하여.

블랙 파이핑이 들어간 크롭트 울 재킷은 Kolon Sport.정교한 프린지 디테일로 뒤태의 우아함을 강조해 주는 블랙 롱 드레스는 Stella McCartney.

캐멀 컬러 코트는 Kolon Sport.코트 안에 입은 열쇠 패턴 시폰 드레스는 Dolce&Gabbana.못 모티프의 옐로골드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렛과 팬더 드 까르띠에 헤드 링 모두 Cartier.벨트는 Givenchy by Riccardo Tisci.

대리석 패턴의 집업 패딩 점퍼는 Kolon Sport.옆 라인에 아찔한 슬릿이 들어간 지브라 패턴 롱 드레스는 Gucci.오른팔에 착용한 볼드한 실버 커프는 Hermes.

점퍼 안쪽의 스트링으로 허리 라인을 잘록하게 조절하면 여성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는 패딩 점퍼는 Kolon Sport.못 모티프의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렛은 Cartier.점퍼 안에 입은 블랙 롱 드레스는 Alexander McQueen.

얼스 톤의 패딩 점퍼에 누빔 디테일이 더해져 한결 따뜻하면서도 슬림하게 실루엣을 잡아주는 점퍼는 Kolon Sport.오리엔탈 무드의 금빛 프린트 롱스커트와 에스닉 패턴의 니트 머플러는 모두 Etro.앵클부츠는 Suecomma Bonnie.

등쪽이 메시로 되어 있어 은근한 센슈얼함을 발산하는 블랙 스트레치 소재의 롱 드레스는 Stella McCartney.어깨에 걸친 그레이 브라운 컬러의 블랙 파이핑 장식 재킷은 Kolon Sport.왼손에 착용한 두 개의 스털링 실버 뱅글은 모두 Tiffany & Co.부츠는 Suecomma Bonnie.

호주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두어 시간 내달린 끝에 다다른 키아마의 바다 끝엔 파도의 드나듬이 심한 해안답게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남반구는 반대인가, 하는 어설픈 의문과 달리 태양은 여전히 동에서 서로 향하고 있었고 자주 구름에 숨어버리는 바람에 스태프들을 애태우던 그 시점, 바람을 정면으로 마주한 여배우 탕웨이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아우터웨어의 양쪽 소매를 힘껏 걷어 올리고 있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된 습관이에요. 팔을 가리면 너무 답답해서 항상 소매를 끌어 올리곤 하죠. 심지어 겨울에도요." 누군가 이 모습을 봤다면 아마 이구동성으로 '톰보이'라는 단어를 읊조렸을 그녀의 털털한 모습은 촬영이 시작되자 점차 휘발되기 시작했다. "이 컷에선 어떻게 해야 하죠? 컨셉트가 뭐예요? 난 어떤 느낌을 표현해야 하나요?" "옷이 좀 어려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나요?" 보통 세 가지 질문을 한번에 하는 '3 in 1' 화법을 사용하던 그녀는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자신이 표현해야 할 캐릭터를 찾느라 고분군투하고 있었다. "난 아마 그 방법밖에 모르는 것 같아요. 영화의 한 장면을 찍는 것처럼 캐릭터를 만들고 사진 촬영에 임해요. 그래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거든요." 더러 당황스러웠지만 호기심 많기로 유명한 그녀가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거듭하는 질문들은 오히려 명쾌해서, 소통할 수 있어서 즐겁기도 했다. 영화와 화보 촬영을 동일 선상에 놓고 같은 강도로 임하는 배우가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간혹 까탈스럽다고 오해받을 만한 디테일을 추구하는 작업 스타일은 결국 사람들이 인정하게 되는 탕웨이만의 프로의식이라는 사실도 직감했고, 앞으로도 그녀는 이런 작업 방식에서 물러설 기색이 없어 보였다. "난 언제나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을 해요. 그래야 후회가 없거든요."

삶에 후회가 없길 바라는 이 여배우를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이안 감독의 영화 <색, 계>를 통해서였다. 베니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과 촬영상 2개 부문을 수상한 이 영화는 탕웨이에게 양날의 검이 됐다. 세계적인 배우라는 날개를 달아주기도 했지만 중국의 항일 운동을 왜곡시켰다는 이유로 중국 내 방송매체 출연 금지 처분이라는 당혹스런 경험을 겪게도 만들었으니까. 10여 년 전, 그리하여 이 배우가 중국 대륙을 떠나 런던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뉴스를 접한 지 근 3년 만에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한국영화 <만추>를 통해서. <만추>는 한국 관객들에게 탕웨이의 귀환을 알렸고, 그녀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작품임과 더불어 이제 보니 감독과 배우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된 사건도 된 것 같다. 얼마 전 영화사봄에서 김태용 감독과의 관계가 보도된 이래 그녀는 예전과는 다른 강도로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 받는 중국인 스타가 됐다. 물론 유쾌하고도 감사한 일일 테지만 갑자기 집중된 세간의 관심에 당황스러울 그녀를 위해 <엘르> 스태프들은 뜨거운 이슈는 잠시 잊고 화보 작업에 몰두하기로 했다. "축하해요!" 아뿔싸, 그런데 입이 주책이었다. 풋 하고 터져버린 참지 못한 웃음처럼 에디터는 만나자마자 그녀에게 목적어 없는 축하의 인사를 건넸고, 2초 후 역시 풋하는 웃음 섞인 "고마워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마치 코믹 연극 같았던 이날의 출발은 저 멀리 산등성이로 태양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너무나도 순조롭게 진행됐던 탓에(심지어 그녀는 촬영이 끝날 무렵 첫 번째 의상을 재촬영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녀의 고맙다는 한 마디는 어쩌면 화보의 무대가 된 '봄보 헤드랜드 쿼리'의 신이 선물한 자연을 향해 미리 건넨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녀는 이날 3개 국어 이상(!)을 구사했는데 주로 영어를 사용했지만, 메이크업을 하면서 "저는~입니다" 식의 한국어 기본 문형을 읊조리며 연습하기도 했고 다친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대동한 주치의와는 보통화(만다린)로, 매니저와는 광둥어(칸토닌)로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녀의 언어적 재능을 직감한 후론 말이 무척 빠른 그녀가 한국어로 '다다다다' 질문을 쏟아낼 그날이 언제일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서로의 모국어를 배워야 하는 과제가 있음에도 그 어려움 또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라는 탕웨이의 스페셜한 뉴스 속 이야기가 당연한 현실이 될 거라는 믿음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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