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매진 임박' 믿어도 되나요?

2014. 9. 15.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건강보조식품을 제조·판매하는 A 사에 근무 중인 K 씨는 최근 홈쇼핑 채널에서 자사 제품 5박스를 1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K 씨는 물건을 집에서 받은 뒤 자신이 직접 샀다는 증명으로 개인카드 결제 내역을 화면으로 캡처해 회사 총무부에 제출했다.

다음날 제품 5박스를 힘들게 회사에 가져간 K 씨는 마케팅비로 분류된 회계 항목에서 물건값을 고스란히 정산받았다.

A 사 전체 직원 숫자는 약 70명.

K 씨는 "홈쇼핑 방송을 할 때마다 직원 50명 정도가 100만 원어치씩 회사 물건을 구입한다"며 "1시간 방송 매출이 평균 1억에서 1억 5,000만 원인데 많으면 절반을 직원들이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명 '작전'으로 불리는 직원들의 자사 상품 구매 행위는 일부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현재도 관행적으로 행해진다는 게 홈쇼핑 업계 안팎의 얘기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관하는 '자랑스러운 중기인' 상까지 받은 A 사도 예외가 아닐 정도다.

홈쇼핑 간판 쇼호스트들이 "특정 상품 매진 임박" "첫 방송 때 완판(완전판매)"이라고 강조하면 시청자 특히, 주부들 입장에서 애가 타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A 사처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소비자 기만행위가 종종 벌어지는 것.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 인터넷 등 각종 유통채널 가운데 홈쇼핑 판매 의존도가 높은 업체에서 '작전'이 많이 걸린다.

B 홈쇼핑 관계자는 "납품업체들의 작전을 제지하기 위해 한 명이 여러 개 상품을 구매하거나 배송 주소가 납품업체인 주문은 추가 확인 과정을 거치는 등 안전장치를 두고 있지만, 종종 허위 주문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통상 특정 상품이 홈쇼핑 채널을 통해 처음 출시될 때 매진 여부는 다음번 방송 유무는 물론 해당 상품 방송 시간대까지 결정한다.

업체 입장에서는 첫 방송 때 매진이 되거나 높은 매출을 보여야 방송을 추가로 할 수 있고 또 좋은 시간대를 배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K 씨는 "첫 방송에서 매진이 안 되거나 호응이 좋지 않으면 다음 방송을 하지 못하고 방송을 한다 해도 좋은 시간을 배정받지 못한다"며 "결국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 대부분 업체가 첫 방송만큼은 작전을 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또 "배송지를 회사로 하면 티가 나니까 직원들 집으로 하고 금액도 약 100만 원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며 "받은 물건을 회사에 반납하면 회사는 물건을 접대용 선물 등으로 사용한다"고 K 씨는 설명했다.

관행처럼 여겨지는 일부 업체의 작전 주문 피해는 고스란히 예비 구매자인 홈쇼핑 시청자에게 돌아온다.

홈쇼핑 특성상 상품을 실제 만져보거나 사용해보는 대신 쇼호스트들의 사용기를 간접 체험하거나 매진 혹은 완판 등 다른 소비자들 반응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 홈쇼핑 관계자는 "특정 주문을 납품업체에서 대대적으로 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업체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violet@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