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수단 된 애견카페.. 개들이 불쌍해

김민정 입력 2014. 9. 15. 04:42 수정 2014. 9. 2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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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 특성 잘 아는 전문가 없이 알바생에게 20~30마리 맡겨

영양 불균형 등 관리 상태 심각, 폐업 땐 안락사도… "동물 학대"

소문난 애견가 이미림(26)씨는 지난 2월 친구와 서울 홍익대 인근의 애견카페를 찾았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애견카페에서 기르는 개들의 위생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언제 씻겼는지 털이 제멋대로 뭉친 20여 마리의 개가 몰려 다니며 역한 냄새를 풍겼고, 이중 강아지 한 마리는 기운 없이 늘어져있었다. 이씨는 "먹이를 달라고 달려드는 애정결핍 상태의 개들이 불쌍해 기분이 안 좋았다"며 "그 뒤론 다시 애견카페를 찾지 않는다"고 했다.

4~5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서울 강남과 홍익대 인근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애견카페가 변질되고 있다. '동물 애호가와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이라는 당초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고, 틈새 시장을 겨냥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 부족이다. 대부분 카페들이 개들의 신체적 특성이나 습성을 잘 아는 전문가 한 명 없이 아르바이트생에게 20~30마리를 맡기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14일 찾은 강남의 한 매장에서는 10㎡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덩치 큰 시베리안 허스키부터 치와와까지 뒤엉켜 손님맞이에 내몰리고 있었다.

매장에서 파는 간식도 개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이다. 최근 서울 강북의 한 애견카페를 찾은 한모(27)씨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와서 육포 등 간식을 사서 계속 나눠주는 데도 전혀 제지하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애견 카페에선 매장에서 구입하기만 하면 간식거리를 개에게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들이 간식 위주의 섭취를 지속하면 성장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휘율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횟수 제한 없이 반려견에게 간식을 줄 경우 주식을 멀리하게 돼 심각한 영양 불균형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애견카페의 영업은 지속적이지 않은데다, 개들의 건강상태가 나빠져 폐업이라도 하게 되면 안락사 시키는 경우도 왕왕 있다"며 "엄밀히 말해 '동물 학대'와 다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애견카페에 관한 특별한 법적 기준이 없는 것도 무자격 업체가 난립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다수의 개를 관리할 때에는 면적당 마리 수 제한이나 질병 예방을 위한 수의사 계약 의무화 등의 조항이 필요한데도, 관련 제도가 전무해 개들을 바이러스 등 질병에 쉽게 노출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진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일본,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에선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려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애견 놀이터 등을 만들어 지원한다"며 "우리나라도 상업시설보다는 동물들이 마음 놓고 뛰놀 수 있는 공공의 쉼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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