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임 치료병원들 은밀한 대리모 알선.. "가망없으니 자궁 빌리자" 원정도 암암리

정부경 기자 2014. 9. 15.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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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불임 치료 병원이 타인의 자궁을 빌려 아이를 출산하는 대리모 시술을 대거 알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술은 법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단속은커녕 관리·감독조차 할 근거가 없다. 이 틈을 타 국내는 물론 미국 인도 등 대리모 시술이 합법화된 해외 원정 시술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난자 매매 등 불법 행위가 만연하고 관련 브로커마저 활개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정자나 난자의 거래는 처벌 대상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상 정자·난자 등 생식세포를 거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일종의 '자궁거래'인 대리모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대리모 역시 생명윤리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20만 불임(난임) 환자들의 고통을 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대리모 시술의 제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도 있다. 당국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대리모 시술의 실태를 전혀 모르고 있는 데다 법규정이 없어 단속 대상이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다.

"자궁이 너무 작은 데다 내막이 얇아 더 이상의 시술은 불가능합니다." 결혼 5년차 주부 김경미(가명)씨는 지난달 경기도의 불임치료전문 A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수차례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 뒤였다. 병원은 "더 이상의 시도는 가망이 없으니 대리모를 쓰자"고 했다. 김씨 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인공수정한 뒤 다른 여자의 자궁에 착상시켜 아이를 낳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시험관 시술을 받느라 고통스러웠던 김씨는 고민에 빠졌다. '대리모의 유전질환은 상관없을까? 불법은 아닐까? 그 아이는 내 아이가 맞는 걸까?' 김씨는 14일 "머리가 부서지는 느낌이다. 죽고 싶다"고 말했다.

A병원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난임·불임 치료 전문 의료기관이다. 국민일보는 전화통화, 이메일 등으로 20여명의 환자가 A병원에서 대리모 시술을 권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는 이런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가 의료기관 점검을 나가긴 하지만 대리 임신 알선은 법규정이 없어 단속 대상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전국 곳곳의 불임 치료 기관들도 대리모 시술을 공공연히 권하고 있다. 시술 비용은 대리모의 국적과 생활수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국내와 인도·중국 등의 대리모는 아기 1명당 5000만원 선, 미국 등 선진국의 대리모는 2억원에 달한다.

대리모 권유를 받으면 유혹에 넘어가는 불임 부부가 많다. 아이에 대한 간절함, 불임 스트레스,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리모 시술 문제가 기술의 발전과 기존 윤리가 충돌한 대표적인 21세기형 사회 문제라고 본다. 대리모 시술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만큼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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