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쿠션 마술사' 세이기너 한국말 더 늘었다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3쿠션 당구의 레전드 세미 세이기너(50ㆍ터키)가 4년만에 찾은 한국 무대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한국어 실력을 과시했다.　세이기너는 누구인가. 지난 2003년 터키인으로는 처음 3쿠션 월드컵 대회를 우승했고, 자국에선 배우,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국민적 영웅이다.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의 스트로크를 지니고 있어 예술구 분야에서도 당대 최고로 일컬어진다. 한국 3쿠션 레전드인 고 이상천은 이런 그의 스트로크를 "50년 만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스트로크"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프레드릭 쿠드롱, 토브욘 블롬달, 딕 야스퍼, 다니엘 산체스 4대천황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고 있다. 　　세이기너는 지난 달 인천에서 열린 제3회 인천시장배 전국 3쿠션 오픈 당구대회에 등장해 예술구 공연을 펼치는 등 약 열흘간의 방한일정을 소화했다. 다니엘 산체스 당구대의 국내 총판과 당구 이벤트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는 DS코리아(대표 김용철)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세이기너는 전국 주요 당구클럽을 순회하면서 시범 경기 등을 가졌다.　

3쿠션 경기 부문과 예술구 부문의 레전드 플레이어인 세미 세이기너가 지난 8월 방한 순회공연을 가진 데 이어 올 10월 구리 월드컵에 정식 출전한다. 사진=세이기너 공식페이지

한국을 수십 차례 찾으며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세이기너는 한동안 소식이 뜸했다. 지난 2011년 춘천 이벤트에 출연한 후 이제까지 한국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 한국어 실력은 더욱 늘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번 방한 순회 공연에선 요행으로 공이 맞으면 폴짝폴짝 뛰면서 "그렇지~ 그렇지~"라고 외치는 등 일반 동호인들의 행태를 흉내내는가 하면, "박수 많이 쳐 주세요. 더 잘 치겠습니다" 등 새로 배운 어휘를 수시로 쓰면서 여러 차례 좌중의 배꼽을 들었다 놨다.　세이기너의 방한 일정을 밀착 관리한 DS코리아의 오경희 프로는 "세이기너는 이번 일정동안 산체스와 함께 동행하면서 서로 한국말로 장난을 많이 쳤다"며 "'궁금하면 500원' 같은 말들을 주고 받으며 분위기를 띄우곤 했다"고 전했다.　오 프로는 "세이기너는 된장찌개와 김치 등 한식도 아주 좋아한다"며 "8월 12일 진행했던 인천대회 예술구 공연 때는 인근에 식당이 없어 벤치에서 한식 도시락을 시켜 먹기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제 곧 세이기너의 예술구 공연뿐 아니라 정규 3쿠션 대회에 출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는 12일(한국시간) 현재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리고 있는 3쿠션 월드컵에서 와일드카드 지명을 받아 32강 본선에 나선다.　지난 2007년 터키 당구연맹과 불화로 공식대회 출전자격을 박탈당했던 그는 최근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 2년 내 정상에 오른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세이기너는 오는 10월 6일부터 열리는 구리 3쿠션 월드컵 대회에도 출전이 예정돼 있다. 오경희 프로는 "원래 포르투 월드컵 와일드카드는 산체스 것이었으나 산체스의 양보로 세이기너의 출전이 가능해졌다"면서 "구리 대회에서는 시드 자격이 없는 만큼 본선에 앞서 예선부터 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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