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훈련중 사망 "살려달라" 외쳤지만 가상상황 착각

2014. 9.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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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또 구멍

[동아일보] 2일 충북 증평군 제13공수특전여단 소속 특전사 대원 2명의 목숨을 앗아간 포로 체험 훈련은 고위험 고난도 생존훈련으로 불린다.

전시에 적에게 생포된 경우를 대비한 훈련으로 이론 교육과 적 신문 시 저항, 도피 및 탈출 방법 등을 실기 교육으로 진행한다. 유사시 북한 지역 깊숙이 침투해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원들이 북한군의 포로가 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혹독한 고문과 신문을 견디고 기밀을 유지할 수 있는 인내력 배양이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극한 훈련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비상사태에 대한 안전조치가 소홀했던 정황이 잇달아 발견됐다. 사고 당시 부대 측은 훈련에 참가한 대원들의 양팔과 양다리를 포승줄로 묶은 뒤 머리에 방수 처리된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두건을 씌우고 목 끈을 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재질의 두건은 통풍이 잘 안된다. 장시간 방치하면 질식할 위험성이 크지만 부대 측이 이런 위험을 간과해 사고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대 관계자는 “두건은 시중에서 구입했고, 목 끈을 누가 어떻게 조였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모 하사 등 사망한 대원 2명을 포함해 10명은 2층 규모의 훈련장 내 8개 독방에서 무릎을 꿇고 1시간 40분가량 감금됐다. 두 손과 두 발이 단단히 묶인 채 두건까지 덮어쓴 대원들은 극심한 공포와 호흡 곤란 등 신체 이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상태를 살펴보는 인원은 복도를 오가며 방 안을 들여다보는 대항군 역할의 대원 2명이 전부였다. 훈련의 안전을 책임진 통제관 4명(상사 3명, 중사 1명)은 모두 상황실에 대기해 대원들의 이상 유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상황실에는 폐쇄회로(CC)TV도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사고 발생 40분 전부터 이 하사 등 대원들이 “살려 달라”고 외쳤지만 대항군 역할의 대원이나 교관들은 훈련 분위기 조성을 위해 소리친 것으로 여기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 군의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상황 대처 매뉴얼도 없이 고강도 훈련을 야간에 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과거에도 실시했던 훈련이다. 올해 다시 도입했으며 외국에서도 이런 훈련 도중 사망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특전사가 베테랑 교관들조차 감당하기 힘든 위험한 훈련을 안전대책 없이 경험이 짧은 대원들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강행한 것. 이날 훈련은 당초 15일부터 하려던 본격적인 훈련에 앞선 사전 예행연습이었다.

영국 공수특전단(SAS)이 1960년대 ‘생존·도피·저항·탈출(SERE) 훈련’의 하나로 만든 포로체험 훈련은 미국 육군특전단(그린베레)과 영국의 해병대특전단(SBS) 등이 필수 훈련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포로수용소와 비슷한 모의 훈련시설에선 특수부대원들을 대상으로 욕설과 협박은 물론이고 독방 감금과 잠 안 재우기 등 실제 포로에게 가해지는 가혹행위를 실시한다. 이런 훈련은 극한의 공포심을 유발하고, 인명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격 침해 논란을 끊임없이 불러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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