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수 있지만..또 가혹행위한다 할까 봐]

이병찬 입력 2014. 9. 3. 13:34 수정 2014. 9. 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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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부상자는 얼마든지 제 발로 걸어갈 수 있지만 그러면 또 다친 군인에게 가혹 행위한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봐…"

3일 충북 청주 성모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국군대전병원으로 이송된 특전사 훈련 부상자 전모(23) 하사는 이동식 환자 침대에 누워 육군 구급차를 탔다.

그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꼭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앞서 이송 중 간단한 질의응답을 하기로 했던 군 관계자와 취재진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신장내과 병실에서 밤새 치료를 받은 부상자는 상태가 호전됐다는 게 의료진과 군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군 관계자의 전언처럼 그는 걸어서 승용차를 타고 국군대전병원으로 갈 수도 있어 보였다. 그러나 부상자는 침대에 누워 청주 성모병원을 떠났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군 내부 가혹 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의식한 조처였다.

아직 환자인 그가 걸어서 병실을 나와 승용차로 이동하고, 이 모습이 취재진에 의해 알려진다면 훈련 도중 군인들을 사망하게 한 군이 다친 군인도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에 있던 군 관계자는 "부상자는 스스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상태지만 환자 침대를 이용하기로 했다"며 "환자를 걷게 하면 부상자에게 가혹행위한다고 할 거 아니냐"고 말했다.

부상자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다소 과장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혹행위라는 말에 극도로 민감해진 최근 우리 군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듯해 취재진을 씁쓸하게 했다.

전 하사는 지난 2일 오후 10시40분께 증평군 제13공수특전여단 부대에서 포로 고문훈련을 받다 쓰러져 동료 2명과 함께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중 이모(23)하사와 조모(21)하사 등 2명이 숨졌다.

bc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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