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에서 집단 발병..구멍 숭숭 '모자보건법'(종합)

김경환 이미호 이하늘 입력 2014. 9. 3. 09:30 수정 2014. 9. 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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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산후조리원 법규 '구멍']

[머니투데이 김경환 이미호 이하늘,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기자][[the300-산후조리원 법규 '구멍']]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해가는 사회현상에 따라 1997년부터 생겨난 산후조리원은 지난해 말 현재 540곳, 시장규모만 연간 35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더욱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기 위한 평균 비용은 186만원(2주 기준)에 달해 산모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처럼 산후조리원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부실한 관리 실태에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들이 집단 장염, 폐렴, 로타바이러스 등에 감염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산후조리원이 '관리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산후조리원의 관리 규정을 담은 '모자보건법'이 감염 등의 관리를 철저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2009년 이후 산후조리원의 관리·감독을 주로 다룬 '모자보건법'에 대해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20개에 달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이 계류돼 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계류된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확대하는 법안 △건강·위생관리 강화 및 감염 예방교육 의무화 △이용요금 투명화 △임산부와 영유아 돌볼 수 있는 사람을 의료인으로 한정 △영유아 셀프수유 금지 △보증보험가입 의무화 등 필수가 된 산후조리원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일 '모자보건법'을 발의한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임신부와 신생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산후조리원 관련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새정치연합 남윤인순 의원도 지난 6월 19일 국가 또는 지자체가 공공산후조리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산후조리원에 대한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보건복지부가 산후조리원의 이용요금을 조사·공시하는 내용도 담았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지난해 12월31일 산후조리원의 임산부 및 영유아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의료인으로 한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도 건강진단을 받고 이상이 없는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만이 임산부와 영유아를 돌볼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새정치연합 유대운 의원은 산후조리원 종사자에 대한 감염예방교육 확대,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출산보육 불안 해소를 위해 모자보건법을 정기국회 최우선 민생법안으로 선정, 이를 중점 추진키로 했다.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립하고 인증평가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남윤인순 의원의 법안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윤 의원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산후조리원에 대한 평가인증 제도를 도입해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며 "산후조리원 이용자의 비용부담을 경감시키며 임산부와 신생아의 건강증진에 기여코자 한다"고 밝혔다.

산후조리원 2주에 550만원…"공공의료 흡수해야"

산후조리원은 공공의료 영역일까, 아니면 민간의료 영역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의료업'도 아닐 뿐더러 '공공 부문'도 아니다.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상 '개인서비스업'이자, 정부에 신고만 하면 사업을 할 수 있는 '민간사업' 영역이다.

산후조리원을 공공영역에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차만별'인 이용요금에 대한 정부 기준을 만들고, 감염 등 안전사고 예방에도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 급격한 핵가족화로 가정에서 산후조리를 하기 어려워지면서 조리원은 모든 임산부들이 이용해야할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 산후조리원 '부르는게 값'…정부 인식, 임산부 현실과 '괴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산후조리원(일반실 2주)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미래와 희망' '청담베네크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라크렘산후조리원'으로 이용금액이 550만원에 달했다.

임신 23주차인 임산부 이모씨(31)는 "집에서 가까운 조리원 5곳을 둘러봤는데 모두 250만원을 넘었다"면서 "그렇다고 비좁은 집에서 몸조리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난다. 출산준비 등 지금까지 쓴 돈이 많아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사실상 산후조리원 요금은 '부르는게 값'이다. 식사 메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요가·마사지 등을 추가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가격을 규제하는 별도의 법적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조리원이 홈페이지에 이용요금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물론 가격인하를 위한 정부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1월, 모든 산후조리원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산후조리원 가격이 6~7%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하락 효과는 미미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산후조리원이 "가격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엄연한 민간시장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서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설사 의료업이라고 해도 가격을 규제할 수 있는건 아니다. 공공산후조리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상당한 재정이 수반되는 정책"이라며 "이용요금 규제나 공공조리원 확충 보다는 감염사고를 예방하는 쪽에 정부 대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1개 공공 산후조리원을 짓는데 드는 예산은 80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 24개구에 조리원을 하나씩만 건립해도 192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후조리원 수는 557개로 시장규모만 약 3500억원에 이른다. 여성들은 저출산 원인 1위로 여전히 '경제적 부담'을 꼽는다.(2011년 서울시 통계)

◇"가격공개 추진해야"…국회서 표류하는 '모자보건법'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산후조리원 가격인하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실제로 공공산후조리원을 설립하거나 '가격 공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십건이 발의됐지만, 주요 법안에 밀려 해당 상임위에 계류됐거나 상정조차 안 된 상태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조리원 이용요금을) 적정수준으로 유도하기 위해 개별 서비스의 이용요금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공공산후조리원이 강남구 한복판에? 입소문 타고 '인기'

산후조리를 민간의 영역이 아닌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는 송파구가 조례(산모건강증진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제정, 예산 88억원(구비)을 들여 지난 2월 개관했다. '보육 도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박춘희 송파구청장의 공약사항이었다.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로 조성된 이 곳은 총 27개의 산모실을 갖추고 있다. 또 신생아실·황토방·피부관리실·좌욕실·실내외정원 등도 있어 민간조리원 부럽지 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가격은 190만원(2주 기준). 주변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산후조리원이 400만~5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셋째 자녀 이상 출산자에게는 30% 감면된다.

특히 예비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무엇보다 '전문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곳은 서울대 간호대학과 업무협약(MOU)을 체결, '산모건강관리 표준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상주하면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산모를 위한 맞춤형 운동클리닉과 육아를 위한 클래스도 운영된다.

지난해 3월, 전국 최초로 개관한 제주 서귀포산후조리원도 임산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자체가 민간에 위탁하는 형태로 1년 넘게 운영중인 이 곳은 지금까지 200여 명이 넘는 산모를 보살피며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금액은 2주에 154만원(주당 77만원). 민간 산후조리원의 평균 이용요금 330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충남 홍성의료원 공공산후조리원도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14개의 산모실을 갖춘 공공 이 곳은 지방의료원 최초로 개설된 공공병원 산후조리원으로 △산후 우울증 관리를 위한 정신과 전문의 상담 △아빠와 함께 목욕하기 등 유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경기도의회도 '경기도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한 바 있다.

산후조리원도 '한류'…해외진출은 어떻게?

천차만별 요금과 감염 등 안전사고 등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산후조리 산업은 최근 떠오른 또 다른 른 한류 산업이다.

지난해 일본 톱스타인 마쓰야마 고유키가 한국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기 위해 원정출산을 한 사실이 한국과 일본 언론을 통해 회자가 된 것을 포함해 중국 중동 대만 등에서도 산후조리원 이용을 위해 한국으로 원정출산을 오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난 6월 출산을 하고 서울 강남 인근의 한 산후조리원 서비스를 받은 주부 이모씨(35)는 "조리원에 2명의 외국인 산모가 있었다"며 "24시간 도우미 체제는 물론 산후 마사지 등 산후 건강은 물론 미용까지 섬세히 챙기는 서비스때문에 원정출산을 결정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역시 국내에서 활성화된 산후조리원 서비스의 해외진출을 위해 이미 오래전 로드맵을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는 지난 2010년 6월 해외진출을 주제로 '10대 유망 중소서비스'를 선정하고 이 가운데 하나로 산후조리 서비스를 꼽았다.

산자부에 따르면 산후조리원은 한류열풍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출산후 3개월을 산후조리하는 문화적 환경이 우리와 비슷하다. 국민의 63%가 30세 이하 젊은 층이어서 수요 잠재력도 높다. 인구 역시 9342만명으로 전세계에서 14번째로 많다.

대만 역시 한국 유아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중국 문화권이기 때문에 출산 후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오랜 기간 산후조리를 하는 사회적 문화가 발달돼있다.

이에 산자부는 현지 진출한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합작법인을 신설, 직영점 형태의 산후조리원 프랜차이즈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임신부터, 출산, 산후조리, 교육에 이르기까지 온·오프라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 산부인과 병원과의 연계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 산후조리협회는 지난해 열린 KSCM2013(Korea Service & Content Market)에서 국내 산후조리 서비스의 일본 도입 희망 의사를 밝히고, 국내 산후조리원 상담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 산후조리원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서둘러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국내 산후조리원 피해구제 건수는 2010년 4건에 불과했지만 2012년 14건, 2014년 7월말 현재 20건으로, 최근 4년동안 5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신생아 질병에 대한 책임 회피, 안전 미비, 계약시 시설조건의 임의 변동 등의 문제는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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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경환 이미호 이하늘,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기자 shyun88@mt.co.k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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