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삼성전, 왜 일시정지 아닌 콜드게임이었나?

2014. 9. 3. 06: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NC-삼성전에서 9회말 많은 비가 내려 마운드가 질퍽거리자 심판들이 직접 삽을 들고 흙을 정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비로 인해 마운드는 진흙탕으로 변했고, 투수들은 스파이크에 묻은 진흙을 쇠꼬챙이로 파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승부 역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NC-삼성전은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총력전이었다. NC는 투수 8명과 야수 18명 등 총 26명을 쏟아 붓었고, 삼성 역시 투수 5명과 14명 등 총 19명을 투입했다. 이날 한 경기에 양 팀 합계 45명이 그라운드에서 쏟아져 나와 백병전을 펼쳤다. 결과는 9회말 10-10 상황에서 폭투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강우콜드게임 무승부로 끝났다.

● 내일은 없다

삼성과 NC는 나란히 1위와 3위를 달리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적이다. 하지만 최근 성적만 보면 두 팀은 웃을 수 없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삼성은 8월 27일 사직 롯데전 이후 5연패에 빠져 있었다. 류중일 감독이 2011년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 경험하는 5연패였다. NC도 다르지 않다. 8월 26일 대전 한화전부터 내리 4경기를 졌다. 시즌 말미에 접어들어 양 팀 모두 올 시즌 팀 최다연패에 빠진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이날 전까지 2위 넥센과 3.5경기차로 좁혀졌고, NC도 2위 넥센에 5.5게임차로 멀어졌다. 두 팀 모두 투타 밸런스가 크게 흔들렸다. 삼성은 연패 기간 팀타율 0.247, 팀방어율 7.20을 기록했다. NC는 팀타율 0.167, 팀방어율 6.62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대구에는 이날을 포함해 사흘 내내 비 예보가 있어 연패를 끊기 위한 양 팀의 총력전이 일찌감치 예고됐다.

● 조기 불펜투입도 헛되이

이날 나란히 선발등판한 외국인투수 제이디 마틴(삼성)과 찰리 쉬렉(NC)은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됐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마틴은 2회 급격하게 무너지며 먼저 3실점했다. 3회 첫 타자 나성범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곧장 강판됐다. 2이닝 5안타 3실점. 찰리도 5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4회 2실점하며 흔들린 그는 5회 선두타자 김상수의 볼넷과 나바로의 좌전안타, 박한이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위기를 허용했다. 곧이어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3-4 역전을 허용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4.1이닝 동안 9안타 1볼넷 5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NC는 5회 이혜천과 임창민을 나란히 올려 2점을 더 내준 뒤 길었던 5회를 마무리했다. NC의 불펜투수 손정욱과 원종현, 이민호는 각각 6~7~8회를 나눠 던지며 삼성의 타선을 실점 없이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은 차우찬이 6회 아웃카운트 하나 잡고 못하고 만루를 허용하자 '셋업맨' 안지만을 조기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안지만은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내주긴 했지만 가까스로 6-5 리드를 지켜냈다. NC는 거푸 대타를 투입하며 역전을 노렸지만 2득점에 그쳤다. 안지만은 8회 1사 2루에서 팀의 마무리투수 임창용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내려왔다.

하지만 임창용은 1점을 지키지 못했다. 권희동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이내 동점을 허용했다. 9회 무사만루서 이승재가 친 중견수 방면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중견수 박해민이 판단 착오로 뒤로 빠트리면서 타자 주자까지 모두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 폭우 속 9회 4점씩 주고받는 진흙탕싸움 강우콜드게임

4득점을 뽑아낸 NC도 끝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9회 구원등판한 NC의 마무리투수 김진성이 박한이에게 2점홈런을 맞으며 2점차까지 추격당했다. 9회 들어 세차게 내린 비가 경기 흐름을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채태인의 볼넷에 이어 최형우의 평범한 플라이를 유격수가 빗물 때문에 놓치는 실책을 범해 1·2루로 변했다. 류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각각 9회초와 9회말 비에 젖은 마운드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이어 손민한이 구원등판했지만 박석민의 적시타와 1사 1·3루서 손민한의 폭투로 10-10 동점이 됐다. 1사 2루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결국 9회 강우콜드게임 무승부가 선언되고 말았다.

● 왜 서스펜디드게임이 아닌 강우콜드게임 무승부가 됐을까?

삼성으로선 10-10 동점에서 1사 2루 상황에서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됐기 때문에 아쉬울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계속 경기가 진행된다면 끝내기도 노려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스펜디드(일시정지)게임이 되지 않은 이유는 '일시정지경기'를 규정한 야구규칙 4.12(a)의 (ii) 조항 때문이다. 4.12(ii)는 '방문구단이 득점하려 리드를 잡고, 본거지구단이 재역전시키거나 동점을 만들지 못했을 때는 일시정지경기가 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결국 이날 경기는 역으로 해석하면 된다. 홈팀인 삼성이 9회말 동점을 만들지 못한 채 폭우로 경기가 중단됐다면 규칙에 따라 그 상황에서 서스펜디드게임으로 넘어가 추후에 똑같은 상황에서 경기를 재개해야했지만, 삼성이 동점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대로 강우콜드게임 무승부로 선언된 것이었다.

아무튼 삼성과 NC는 각각 5연패와 4연패를 끊어내지 못한 채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 양 팀은 3일 대구에서 맞붙는다. 누가 연패를 끊고, 누가 연패를 이어가게 될까. 대구엔 비가 예보돼 있지만, 양 팀의 처지는 먹구름만큼이나 흐리고 절박하다.

대구|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