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경비 과잉대응 경찰, 무단 불심검문 계속

박홍두 기자 2014. 9. 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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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시민들 접근 차단하려.. 명백한 직권남용 '무리수'

경찰은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농성 중인 청와대 인근 등에서 불심검문을 계속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추모의 뜻으로 노란색 리본을 단 시민의 이동을 원천 차단하기도 했다. 경찰은 "특별경비구역이라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의 신분은 밝히지 않은 채 시민들에게 답변을 강요하는 불법이 속출한다. 경찰이 길 가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는 때는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뿐이다. 특히 한국 대표 문화유산이자 관광지인 경복궁 부근에서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불심검문이 횡행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여자친구와 함께 서울 경복궁역 일대를 산책하던 장모씨(31) 앞을 경찰관들이 가로막았다. 경찰은 다짜고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이유를 말하지도, 신분을 밝히지도 않았다. "범죄자 취급을 당한 것 같아서 기분이 몹시 나빴다"는 장씨는 신분증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자 주변 경찰들이 몰려왔다. 두 사람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5월 김모씨(35)는 경복궁에 입장하려다 경찰관 2명의 제지를 받았다.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다른 관람객들은 막지 않았다. 경찰은 신분은 밝히지 않은 채 김씨의 신분증을 요구했다. 김씨는 "내가 노란 리본을 달아서 그런 것이냐"고 묻자 경찰은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해당 경찰관들은 김씨 가방 속을 보고 나서야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202경비단 소속이라고 밝혔다.

서울청은 서울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인근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기 시작한 5월 초부터 노란색 리본을 단 시민들의 집회 참석을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부적으로 내려 비판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그런 지시는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요즘도 같은 지역 곳곳에서 이 같은 불심검문이 이어진다.

지난달 23일과 30일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참가자들이 세월호 가족들이 모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로 오지 못하도록 일일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불심검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주민까지 불심검문했다. 주민 박모씨(52)는 "내 집 가는데 신분증 내놓으라니….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러냐"고 따졌다.

경찰은 불심검문의 법적 근거로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든다. 이 법 3조는 '수상한 거동과 기타 주위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찰은 청와대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죄를 범하려고 하는 사람'으로 봤다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 인근은 특별경비구역인 데다가 유가족과 일반 시민을 구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신분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법 3조 7항 등은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을 수 있고, 이때 경찰관은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관등성명과 함께 검문 목적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돼 있다.

최근 경찰의 불심검문 사례는 불법적인 공무집행이자 직권남용으로 볼 여지가 많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불심검문을 두고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에 경찰을 고소한 상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불심검문은 명백히 직권남용이다. 경찰이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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