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車효과 실종, 연비도 後進.. 고민하는 현대車

정한국 기자 2014. 9. 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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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중형차·수입차 공세에 신형 쏘나타 판매 부진 안전성만 치중 연비엔 소홀.. 현대·기아차 신차 5종 중 3종은 연비가 더 나빠져

작년 하반기부터 신차(新車)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잘나가던 현대차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일까?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대표 승용차인 쏘나타의 신형 모델 판매가 출시 5개월 만에 월간 판매량이 6000대 밑으로 추락한 데다, 최근 내놓은 신차 5종(種) 가운데 3종의 연비가 직전 모델보다 더 나빠지는 등 '현대차답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올 3월 말 신형(新型) LF쏘나타를 내놓으면서 "신형 LF쏘나타가 중형 승용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 4월 한 달 동안 1만1904대가 팔렸던 이 차의 판매량은 지난달에는 5596대로 떨어져 출시 5개월 만에 반 토막 났다.

여기에다 현대·기아차가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내놓은 5종의 신차 가운데 3종은 오히려 연비(燃比)가 더 나빠진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전문가들은 "세계 5위 완성차 메이커가 기존 차량보다 연비가 더 나빠진 신차를 출시하는 것은 연비 향상과 안전성 강화 등에 잇따라 성공하며 품질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있는 글로벌 경쟁사들과 거꾸로 가는 안타까운 행보"라고 지적한다.

◇신형 쏘나타의 부진, 원인은?

2009년 9월 출시된 구형(YF) 쏘나타는 그해 10~12월 매달 1만6000~1만7000대 정도 팔렸으나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특히 지난달 판매량이 6000대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큰 충격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평가다.

이런 상황은 경쟁사들이 고연비에 주행 성능이 뛰어난 신차를 잇달아 내놓아 쏘나타 신차에 맞불을 놓은 측면이 크다. 실제로 한국GM과 르노삼성이 출시한 디젤 중형 세단인 '말리부 디젤'과 'SM5 디젤'을 사려면 1~2개월 기다려야 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쏘나타를 대체할 수 있는 3000만원대 수입차도 크게 늘었다. 쏘나타 주력인 2L 가솔린 모델과 비슷한 가격대(2255만~2860만원)에서 나온 폴크스바겐의 골프(이하 최저가·3050만원)·파사트(3450만원), 도요타 캠리(3350만원), 미니 쿠퍼(2990만원) 등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31만대 넘게 팔렸던 중형 세단이 지난해 판매량이 20만대에 그칠 정도로 인기가 예전만 못한 데다, 아반떼·K3 같은 준중형차를 타다가 그랜저·K7 같은 국산 준대형차로 곧장 갈아타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차는 新車인데, 연비는 더 못해져

현대차가 신차 출시 때마다 안전 문제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연비는 더 나빠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신형 쏘나타는 제네시스와 함께 올 들어 잇따라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시험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차의 안전성을 높이려고 강도가 높은 강판을 사용하는 바람에 차 무게가 늘어나면서 연비는 후진(後進)했다.

작년 10월부터 '쏘울·제네시스·쏘나타·카니발·쏘렌토' 등 신차 5종을 차례로 내놨지만, 주력 모델 기준 연비가 구형 모델보다 나아진 것은 쏘나타와 카니발뿐이다. 그 중 쏘나타는 연비가 구형과 비교해 개선 폭이 0.2㎞/L(2L 가솔린 모델)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 다름없다.

현대차와 경쟁하는 글로벌 업체들은 R&D(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연비를 높이면서 안전도 강화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선보인 신형 C클래스 차체에 알루미늄을 사용해 차 무게를 최대 100㎏ 줄였다. 특히 승객이 타는 공간에 알루미늄 적용 비율을 높여 경량화와 안전성 등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폴크스바겐도 최근 유럽에서 출시한 신형 파사트 연비를 종전보다 20% 끌어올리고 무게도 85㎏ 줄였다.

폴크스바겐은 매년 총매출액의 5% 안팎을, 도요타는 총매출의 3~4%를 각각 R&D에 쓴다. 하이브리드 기술 등을 적용해 연비 높은 차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R&D 비중은 총매출액의 1~2%에 그치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국내에선 수입차 공세, 해외에서는 환율 문제와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 등으로 현대차는 지금 심각한 위기"라며 "연비와 안전 중 하나를 고르려 하다가 자칫 이것도 저것도 아닌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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