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던트 푸어 34만명 시대] "스펙보다 스토리? 기본 스펙 없으면 서류서 막혀" "눈낮춰 中企 가라? 막상 들어가면 어른들이 무시"
"방세는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신청비만 12만원에 달하는 토익, 토익스피킹이라도 보게 되면 정말 암담하다. 점수가 낮게 나올까 봐서가 아니라 응시료 때문에 시험을 2번 볼까 무섭다."
'스튜던트 푸어 해결을 위해 무엇이 가장 시급하냐'고 묻자 조재범(26)씨는 서슴없이 '주거 지원'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올라와 서울 지역 대학에 다니고 있는 조씨는 매달 30만원을 고시원비로 지출한다.
조씨는 "우리 과만 해도 40명 중 기숙사에서 사는 친구는 3~4명뿐"이라며 "전원 수용은 힘들어도 일정 수 이상의 지방 대학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방안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만난 스튜던트 푸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주거비 문제'를 꼽았다.
스튜던트 푸어들은 과도한 스펙 쌓기에 매달리지 말라며 나온 '스펙보다 스토리'란 조언에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강혜원(24)씨는 "스펙 없는 스토리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강씨는 "인사팀이 읽어야 할 서류가 몇천 장인데 어떻게 스토리로 다 읽어서 분류를 하느냐"며 "기본 스펙이 있는 상태에서 스토리가 플러스 알파가 될 뿐이지 첫 관문을 뚫는 건 결국 '스펙'"이라고 했다.
스튜던트 푸어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눈을 낮춰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라도 취직해야 한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것. 서울 소재 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지수(24)씨는 "부모님에게 어려움을 토로하면 당장 '나 어릴 때는 밥도 못 먹었어'란 말이 돌아온다"며 "그 시대의 어려움을 인정하지만, 역으로 스펙 경쟁이나 천정부지 오르는 서울 집값, 좁아지는 취업문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강혜원씨는 "명절날, 어디 취직했느냐 물어보는 어른들이 가장 많이 무시하는 곳이 중소기업이다. 확실히 우리 사회는 능력을 보기보다 소속을 보고 깎아내리기 일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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