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마저 저지당한 유족들
[한겨레] "청와대에 485만명 서명 전달"
경찰 차단으로 20m도 못나가
세월호 유가족들이 허리를 굽혔다. 세 걸음을 걷고는 다시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경찰은 청와대 방향으로는 겨우 세 걸음도 허락하지 않았다. 경찰에 가로막힌 가족들은 제자리에서 절을 거듭했다.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는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 행진을 시도했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485만명분의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할 참이었다. 고 김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씨가 울먹이며 대국민호소문을 읽었다. "며칠 뒤면 추석이지만 저희는 사랑하는 자식도 없이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김씨는 "오늘 삼보일배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애절한 걸음이자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했던 국민께 드리는 작은 마음"이라고 했다.
고 박예지양의 어머니 엄지영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차례 말했듯이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주시길 바란다. 언제라도 찾아오라고 하셨던 것처럼 유가족들의 면담 요구에 응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 조사, 안전한 대한민국"을 세 번 외친 뒤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며 큰절을 했다.
유가족 30여명과 국민단식단 10여명은 이어 목장갑과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삼보일배에 나섰다. 485만명의 서명지가 담긴 상자를 든 유가족과 시민 130여명이 이들을 따랐다. 그러나 삼보일배는 채 20여m도 진행되지 못하고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옆에 차단선을 친 경찰에 가로막혔다. 유가족들은 그 자리에서 4시간 넘게 계속 절을 했다. 오후 6시10분께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청와대에서 (가족) 몇 명만 차를 타고 오라고 한다. 국민들의 서명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다음에 다시 서명을 전달하겠다"고 말한 뒤 삼보일배는 끝이 났다.
한편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화재 등 재난 참사 가족들의 모임인 '재난안전가족협의회'는 이날 "추석이 오기 전에 대통령께서 하루속히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주길 요청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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