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초조함이 만들어 내는 위험 요소 '패닉 바이'

박공원 2014. 9. 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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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박공원의 축구 현장

2014-2015 유럽 축구 이적 시장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팀이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직후인 지난 시즌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네덜란드 출신 루이스 판 할 감독 부임 후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공세적 영입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시즌 개막 후 마수걸이 승리를 챙기지 못하자 아예 스쿼드를 갈아엎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적 시장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스페인 출신 유망주 안데르 에레라를 영입할 때만 하더라도 미래를 내다본 영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앙헬 디 마리아, 마르코스 로호, 루크 쇼, 달레이 블린트 등을 불러들이면서 막대한 이적료를 쏟아붓는 그들다운 모습을 보였다. 정점은 라다멜 팔카오의 임대 영입이었다. 영국 외신들이 전하길 팔카오를 1년 임대하는 데 16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들였다고 한다.

스타 선수들을 닥치는 대로 영입하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엄청난 전력 보강을 했다는 기대감이 어린 시선이 많다. 그러나 적잖은 이들이 '패닉 바이'라고 비판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패닉 바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이 패닉 바이는 어떤 요소를 내포하고 있을까?

영국 현지 언론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패닉 바이라는 표현은, 글자 그대로 현재 전력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면밀한 검토 없이 선수들을 사재기하듯 영입하는 걸 말한다. 이름값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영입 전략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패닉 바이는 팀 전력 구축에 대한 장기적 마스터 플랜이 없거나 망가진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럽이든 한국이든 이적 시장은 한정적이다. 따라서 선수 1명을 영입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하며, 당초 목표로 했던 A 선수의 영입이 불발될 경우 대체할 B 선수의 영입에 대한 전략 마련을 해야 한다. 선수 영입에 대한 기본적 자세다. 그러나 패닉 바이는 이런 게 전혀 없다. 보완해야 할 포지션에 대한 검토가 없으니 팀 전력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영입이 많아진다. 돈을 아무리 많이 쓰더라도 축구는 11명이 하는 팀 스포츠이니만큼 조화를 이뤘을 때야 비로소 가치가 발현되는 법인데, 패닉 바이라는 방법을 통해서는 이를 실현하기가 힘들다. 많은 돈을 쓰고도 팀 전력이 도리어 내려앉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패닉 바이는 전력뿐만 아니라 팀의 귀중한 예산까지 소진하는 원인이 된다. 이적 시장에서는 포커 페이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밀당'을 해야 좋은 선수를 적당한 가격에 데려올 수 있다. 그러나 패닉에 빠진 클럽들은 그럴 겨를이 없다. 당장 위기감에 몰려 이 선수 저 선수 마구잡이로 데려오게 되며, 돈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어가게 된다. 이런 클럽을 상대로 선수 장사하는 팀은 그야말로 횡재, 정확히 하자면 덤터기를 씌우며 자신들의 잇속을 배불리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파는 쪽은 휘파람 불 수 있는 반면, 사는 쪽은 좋은 선수를 사고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패닉 바이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돈이다. 유럽의 경우 1부리그 팀과 2부리그 팀에 주어지는 배당금이 다르다. 1부리그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우승권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이 벌어들이는 수익 격차가 굉장하다. 따라서 대부분 팀은 성공은 못해도 최소한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만약 전력이 추락해 지금의 위상을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경우 클럽 수뇌진들이 겪는 공포감은 그래서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살아남아야 한다, 혹은 지금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계획서 없이 이적료를 지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패닉 바이는 성공해야 본전에 불과하다. 실패하면 리스크를 감당하기가 너무도 힘들다.

유럽은 물론이며 K리그 구단들도 이런 패닉 바이 현상을 피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감독, 스카우트, 강화부장, 사장이 선수 영입과 관련해 꾸준히 머리를 맞대어 전력 강화와 클럽의 철학을 동시에 이어 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시장이 작아 K리그에서는 일어날 확률이 적긴 하나, 우리네 프로축구판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만큼 단순히 이슈로 치부해서는 곤란한 현상이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안산 경찰청 프로축구단 사무국장)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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