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100경기 채우네" 이동국을 감동시킨 한 마디

2014. 9. 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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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센츄리 클럽 가입을 앞두고 다시 축구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이동국(35·전북 현대)은 마치 축구에 대한 모든 것을 통달한 성인(聖人)같은 모습이었다.

이동국은 작년 6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이란전에 나서 A매치 통산 99번째 경기에 뛰었다. A매치 100경기 출전을 의미하는 센츄리 클럽 가입까지 1경기 만을 남기고 한동안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이동국은 새 출발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호출을 받으면서 역사적인 기록을 달성할 기회를 얻었다.

이동국은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듣고 소속팀 사령탑인 최강희 감독으로부터 기분좋은 말을 들었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에게 "네 실력으로 100경기를 채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그 말을 듣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2일 오후 대표팀 소집 장소인 일산 MVL호텔 킨텍스를 찾은 이동국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타의에 의해서, 센츄리 클럽 가입을 위해 날 뽑아준다거나 은퇴식을 시켜준다거나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내 실력으로 가입하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알아주신 최강희 감독님의 얘기가 너무 기분좋았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현재 K리그 클래식 득점 부문 1위(11골), 도움 4위(6개)에 올라있고 소속팀 전북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이동국의 발탁은 결코 배려가 아니다. 실력으로 당당하게 대표팀에 다시 뽑히는 날을 꿈꿨고 자신의 힘으로 이뤄냈다.

센츄리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지만 이동국은 담담했다. 16년째 국가대표 생활을 하고 있는 이동국은 "나도 이렇게까지 오래할 줄 몰랐다. 오래 하다보니까 이런 날도 온다"며 "100번째 경기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지난 99번과 마찬가지로 이번 한 경기도 충실한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동국만큼이나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아는 선수가 또 있을까. 국가대표팀의 일원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가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이동국이 후배들에게 전한 메시지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이동국은 "대표팀은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가를 선수들이 알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후배 공격수들에 대한 조언도 인상깊었다. 현재 국내에는 이동국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젊은 공겨수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동국은 한국 축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동국은 "좋은 선수들이 스트라이커 자리를 외면한 채 다른 포지션으로 자꾸 이동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스트라이커로서 꾸준히 득점할 수 있고 비난도 감수할 수 있는 선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비난을 감수할 수 있는 선수"라는 표현이 인상깊었다. 이동국은 99번의 A매치를 치르는 동안 끊임없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대표팀 스트라이커라는 자리의 무게감 때문이다.

그래도 이동국은 축구를 그만두는 날까지 대표팀 은퇴를 먼저 선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퇴를 하는 순간까지 대표팀에 대한 생각은 항상 가져야 할 것 같다. 실력이 안되면 대표팀이라는 자리에 오지 못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산=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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