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2] AJ엘리스를 동네야구 포수로 만든 류현진의 커브

스페셜 2014. 9. 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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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그의 복귀전은 <…구라다>를 묘한 정체성의 혼란 속에 빠트렸다. 경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꾸 그의 한쪽 둔부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번트 수비할 때, 베이스 커버 들어갈 때, 주자로 나가 동분서주할 때…. 그때마다 그런 심정이었다. 아마 많이들 그러지 않으셨을까? 이토록 다른 남자 하체(?)를 애타게 지켜봤던 적이 있었나? '뭐야, 난 분명히 그쪽 취향은 아닌데….' 각설하고. 아무튼 돌아와서 반갑다. 그리고 다행이다. 너무도 싱싱하고, 건강했다. (이 멘트도 이상한가?)

그의 둔부가 안녕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어제(한국시간 1일) 경기. <…구라다>는 여기서 또 하나의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1회말 첫번째 수비였다. 파드리스의 4번 타자 야스마니 그랜달을 상대할 때다. 2사 주자 3루.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포수 A.J. 앨리스는 검지와 중지 2개를 편 사인을 냈다. 투수는 약속대로 커브를 던졌다. 그런데 이때 엘리스가 흠칫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순간적으로 '들썩' 했다. 높은 볼인줄 알고 일어설 뻔했던 것이다. 그러나 74마일짜리 브레이킹 볼은 정확히 존 한복판에 '떡'하니 꽂히는 스트라이크였다.

주자가 3루에 있었다. 공 빠트리면 바로 실점이다. 포수는 초긴장 모드다. 아무리 자기가 사인을 냈지만, 그 정도 브레이크(꺾이는 각)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이후로도 A.J. 엘리스는 한동안 커브를 받으면서 그때마다 어정쩡한 자세에서 몸이 들썩들썩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2회 정도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처음에는 혹시 사인미스가 아닌가 했다. 이를테면 슬라이더 사인이었는데, 커브를 던진…. 그러나 그랬다면 아마 엘리스가 타임을 걸고 마운드로 올라가서 투수와 미팅을 했을 것이다.

엘리스가 어떤 포수인가. 신출내기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7년차다. 게다가 리그에서 가장 커브를 잘 던진다는 클레이튼 커쇼와도 배터리를 이룬다. 무엇보다 류현진 공을 2년간이나 받았다. 그런 그가 '동네야구' 수준의 포구 솜씨를 보인 것이다. 그만큼 이날 커브는 예사롭지 않았다는 뜻이다. 평소 자신이 알고 있던 궤적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중계방송하던 FOX Sports의 샌디에이고측 해설자 마크 그랜트(투수 출신)는 "엘리스가 류현진의 커브를 놓칠뻔 했다. (포수도 힘들게 잡을 정도니) 저 공은 공략해봐야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저스 중계를 전담하는 라디오 방송 KLAC의 릭 몬데이는 "커브의 브레이킹(breaking)이 너무 심하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엇보다 공을 던진 투수 자신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커브는 다른 날보다도 각이라든지 이런 것이 너무 좋았다"고 흐뭇한 표정이었다.

생각해 보시라. 포수가 잡기도 힘든 공을 타자는 어떻게 치겠는가. 이날 그가 잡은 7개의 삼진 중에 5개의 결정구는 커브였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아마도 이날 커브의 변화무쌍함(궤적의 난이도)이 가히 너클볼 수준이 아니었나 추측된다.

이날 커브는 무엇이 달랐는가. 수치화 된 데이터를 제시한다. 통계 전문사이트 <brooksBaseball>의 신세를 졌다. 여기에 따르면 1일 샌디에이고전 커브는 유독 좌우 변화(horizontal movement)가 심했다. 올해 평균 변화폭(-5.06인치, 12.85cm) 보다 훨씬 컸다. -6.66인치(16.92cm)나 됐다. 24차례 선발 등판 중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건 조금 의외의 결과다. 특히 커브 같은 변화구는 좌우폭보다, 상하의 떨어지는 낙차(vertical movement)에 따라 효능이 커진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정설을 벗어난다. 그의 커브가 올해 가장 큰 낙차를 보였던 것은 둔부에 내상을 입었던 8월 15일 애틀랜타 전이었다. 이때는 평균 -10.06인치(25.55cm)나 떨어졌다. 그림에서 보면 노란색 원 부분이 올시즌 던진 커브의 탄착군이다. 이중 가장 왼쪽에 빨간 화살표를 한 곳이 어제 경기다. 그래프 상의 가장 왼쪽에 있다는 것은 좌우변화의 값이 가장 컸다는 의미다.

<2014시즌 류현진 구종별 변화폭>

왼손 투수 커브의 좌우변화라고 함은 (오른쪽 타자의)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꺾여 들어오는 각도를 말한다. 그러니까 타자 입장에서는 먼 쪽에서 가까운 쪽으로 휘어지는 변화다. 흔히 말하는 뒷문(back-door)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커쇼의 커브 같은 경우는 좌우변화 값이 훨씬 적다. -2.47인치(6.27cm) 밖에 안된다. 류현진의 절반 이하다. 대신 떨어지는 각도가 -8.75인치(22.23cm)로 크다. 아마 릴리스 포인트나 팔목과 팔 스윙의 동작 차이 때문이리라. 참고로 커쇼의 커브 피안타율은 .121이다. 리그 최고 수준이다. 류현진은? 어제 경기로 인해 마의 1할대(.190)로 떨어졌다. 그가 가진 구종 중에 가장 피안타율이 낮다. 그 전까지는 슬라이더(.208)였다.

물론 변화구의 위력은 얼마나 크게 변하느냐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것 보다는 얼마나 급격하고, 예리한 각도로 꺾이느냐가 훨씬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를 역설적으로 추론하면 이런 결론이 가능하다. 류현진의 커브는 높낮이 뿐아니라, 횡(좌우)으로도 어느 정도 변화가 이뤄져야 좋은 브레이킹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아마 이런 점은 본인이 게임을 통해 체득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점점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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