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4천 900억 원 주경기장 텅텅 비나?

권종오 기자 입력 2014. 9. 2. 09:09 수정 2014. 9. 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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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이 이제 17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45개 국 14,500명 선수단을 수용할 선수촌도 단장을 마쳤습니다. 개회식 준비도 순조롭게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직원들의 얼굴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흑자 대회의 관건인 입장권 판매가 너무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약 20%밖에 팔리지 않았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마린보이' 박태환, 배드민턴 이용대 등 유명 스타가 출전하는 경기와 한국 대표팀이 출전하는 야구와 축구 경기는 거의 매진된 반면 비인기 종목과 다른 나라 경기는 판매율이 한자리 숫자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 조직위원회의 가장 큰 고민은 육상입니다.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행사는 개회식과 폐회식, 그리고 육상뿐입니다. 그러니까 36개 종목 중에서는 육상 만이 유일하게 주경기장에서 열립니다. 육상 경기의 총 입장권은 약 59만 장인데 현재 판매율은 겨우 2~3%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천광역시 서구 연희동에 자리잡은 주경기장은 4천9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건설비용 때문에 대회 유치 초기부터 신축 문제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엇갈렸습니다. 인천시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주경기장을 신축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문학경기장을 증축해 주경기장으로 사용할 것인지, 새로 짓는다면 정부의 국비 지원은 어느 정도 받아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기나긴 논쟁과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2011년 6월 첫 삽을 뜬 지 2년 11개월 만인 지난 5월 준공됐습니다. 63만1천975㎡ 부지에 연면적 11만3천620㎡, 5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관람석은 6만2천818석을 갖췄습니다. 총 사업비는 4천9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중앙 정부 지원이 1천326억 원이고 나머지 3천574억 원은 인천시 예산입니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막대한 돈을 들여 지은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이 현재 입장권 판매 추세라면 텅텅 빈 채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2~3%대인 판매율이 그 10배인 20~30%가 되어도 6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주경기장의 관중석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렇게 되면 육상 경기를 TV로 중계했을 때 텅빈 관중석 화면이 아시아에 그대로 방송되게 됩니다.

한국에서 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야구, 축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야구장과 축구장은 적게는 1만여 명, 많게는 5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경기를 제외한 외국팀의 경기 입장권은 거의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3만 명을 수용하는 축구장에 관중이 1천 명 미만이면 얼마나 썰렁해 보이겠습니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천 조직위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입장권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이나 가족을 동반한 청소년들에게는 대폭 할인된 가격에 티켓을 팔고 있습니다. 50인 이상 단체 구입하면 표값의 30%, 초등학생과 중학교 학생에게는 40%를 깎아주는 등 할인 혜택은 다양합니다.

인천 조직위는 "인도에서 시작한 카바디나 중국의 우슈, 태국의 세팍타크로 등 아시아 각국의 전통 스포츠 입장권은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들에 좋은 추석 선물이 될 것"이라며 각 기업들이 이들 종목의 입장권을 많이 구입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성공 여부는 개최국인 한국선수단의 성적과 흥행 두 가지에 달려 있습니다. 흥행의 바로미터는 입장권 판매율입니다. 앞으로 남은 17일 동안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인천 아시안게임의 흥행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고 자칫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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