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 땐 "하하 호호", 하교 땐 '후다닥 후다닥'

입력 2014. 9. 2. 08:40 수정 2014. 9. 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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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기도 '9시 등교' 시행해보니

"여유로워진 등교"…"하교 늦춰져 학원 갈 시간 빠듯"

찬반 논란 속 서울도 "의견 수렴 뒤 도입 여부 검토"

1일 아침 7시55분께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범박동 범박고 음악실에 들어선 이 학교 음악 담당 김미화 교사는 깜짝 놀랐다. 기타 동아리반 지도교사인 그는 "먼저 와 있던 아이들이 '선생님이 늦었다'고 하더라. 평소 아침에 허겁지겁 학교에 왔던 10여명의 학생들이 연주 내내 밝게 웃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본다"고 전했다. 이날부터 수능을 앞둔 3학년을 뺀 이 학교 1·2학년은 아침 9시에 등교하고, 1교시 수업은 40분 늦어진 아침 9시10분에 시작됐다. 1·2학년 594명 중 260여명은 이날 아침 8시부터 8시50분까지 미리 신청한 동아리 활동과 과제 연구, 진로 탐색 등 24개의 자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학교 유대근 교무부장은 "9시 등교에 맞춰 1·2학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학부모·교사, 교원단체 간의 찬반 논란 속에 이날 경기도 초·중·고교 1932곳에서 아침 9시 등교가 일제히 시행됐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전국 처음으로 시동을 건 '9시 등교'에 참여한 학교는 경기도 전체 학교의 85.9%다. 이달 중 추가로 시행하는 학교 69곳을 포함하면 참여 학교는 전체의 88.9%인 2001곳으로 늘어난다.

논란은 '진행형'이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일단 밝고 여유로웠다. 경기 수원 조원고 학생회 간부들은 '아침을 먹고 등교합시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친구들을 맞았고 학생들도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학부모·교사 등 찬반 논란에도초·중·고교중 85.9% 우선 동참일찍 온 학생에겐 다양한 활동 기회"하교 늦춰져 학원 갈 시간 빠듯"일부 학생은 '생활리듬 혼란' 걱정교총 "교원 83%가 9시 등교 반대"좋은교사운동 "왜곡된 여론조사"

서울시교육청도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교육청 간부회의에서 9시 등교 정책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9시 등교가 쉼이 있는 교육과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먼저 시행한 경기도에서 미비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등굣길에 나선 수원 대평고 1학년 김아무개(17)군은 "아침이 여유로운 것은 좋은데 저녁에 한 시간 늦게 학교가 끝나 학원 가는 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3학년 윤아무개(19)군은 "9시 등교는 찬성하나 모의고사 시험일이나 수능일에는 일찍 와야 한다. 생활리듬이 깨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 통학용 마을버스 사업자 300여명은 2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생존권 위협하는 9시 등교제 철회 집회'를 연다.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학생통학분과위원회의 심재진 사무국장은 "학생 통학용 마을버스 507대를 이용하는 도내 학생 4만4000여명 중 40%가 중고생이다. 유치원생과 통학시간이 겹치면서 40%의 여객수요를 잃을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경기도 교원 1411명을 조사했더니 82.9%가 9시 등교에 반대했고 85.8%가 '강제 시행'이라고 응답했다"며 9시 등교 철폐를 연일 압박했다. 이에 대해 '교사의 61.2%가 9시 등교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좋은교사운동은 "교총 조사 대상의 56%가 부장교사급과 교장, 교감"이라며 "교총이 여론조사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조대현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은 "다소의 논란은 있지만 9시 등교가 교육 현장에서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고 학생 중심의 교육이 펼쳐지는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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