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8곳만 지정 취소 왜?

2014. 9. 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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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임 교육감 때 '부실 평가' 한 탓…지정 취소 학교 줄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일반고 전성시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자, 교육계와 시민들은 이를 '자사고 전면 폐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조 교육감이 평가 대상 14곳 중 8곳만을 지정 취소하는 절충안에 머문 건 시간 제약과 소송전 대비, 그리고 전문가 평가단의 의견에 떠밀린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엉터리 1차 평가'가 발목 잡아선행학습·국영수 위주 편성 봐주기문용린 교육감때 '재지정 무사통과'전문가 평가단 의견에 떠밀려조희연 교육감, 1차결과 수정 검토지표 반영하면 10곳이상 취소 가능전문가 평가단 반대로 8곳만 취소

<한겨레>가 1일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평가에 참여한 인사들을 취재한 결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주 초까지도 지정 취소 학교 수를 몇 곳으로 할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고 재지정 취소 권한이 교육부 장관한테 있는지 교육감한테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 교육감이 14곳 모두를 지정 취소하면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이 '전부 취소'에서 '과반 이상 취소'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전임자인 문용린 교육감이 진행했던 1차 평가가 큰 걸림돌이었다. 문 전 교육감은 교육부의 평가기준에 따라 자사고들을 평가했지만, 감사에서 여러 문제가 적발된 자사고까지 재지정 합격점을 받을 정도로 부실한 평가라는 지적을 받았다.

조 교육감은 문 전 교육감이 1차 평가 결과를 '결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2차 평가로 불리는 '공교육 영향평가'를 실시했다. 자사고들이 인근 일반고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자사고 재지정 종합평가에 반영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사고에 불리한 설문 문항이 공개되면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실제 1차 평가와 2차 평가 결과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1차 평가에선 모두 '재지정' 대상에 포함됐지만 2차 평가 땐 전부 '지정 취소' 점수를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논란 끝에 3차 종합평가를 실시하는 쪽을 택했다. 자사고들이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급식비와 체험학습비 등은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지, 학생 참여와 자치문화는 활성화돼 있는지를 추가 지표로 평가해 지정 취소 여부를 확정하려 했다. 하지만 자사고들은 "평가가 끝났는데 3차 평가를 새로 실시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끝내 자료 제출과 조사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재평가는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이라는 교육부의 '자사고 엄호사격'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교육청은 결국 1차 평가 범위 안에서 지표별 배점을 재조정하는 방식을 택해 3차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다 지난 24일 문 전 교육감의 1차 평가 결과가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공론화되면서 10곳 이상을 지정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듯 보였다. 교육부의 자사고 평가 지침에 따르면, 선행학습과 국·영·수 위주 교과 편성은 해당 지표 점수가 미흡하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조사 결과, 1차 평가에서 이 부분을 봐주거나 과소평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민단체와 교육청 일부에서는 1차 평가 결과에서 선행학습과 교육과정 운영 부분의 점수를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 결과를 수정하면 1차 평가만으로 10곳 이상을 지정 취소할 수 있었다. 조 교육감도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선행학습·교육과정 평가결과 수정에 반대해 '8곳'을 고집한 것은 교육 및 평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이었다. "선행학습과 교육과정 평가결과를 수정하면, 다른 지표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테고, 공정성 논란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평가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는 "사회적으로 첨예한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에서 교육감이 전문가 평가단의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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